해설. 물화유통이 활발하게 되며 수탈 당한 소의 이야기
이 시는 수레 끄는 소에 초점을 맞추어 노동이 수탈당하는 사회 모순을 제기한 내용이다.
시는 3부로 엮여 있다. 1부는 마포나루에서 화물을 서울 도성 안으로 운송하는 현장적 묘사다. 달구지꾼이 작업 나가는 새벽녘의 분위기를 “마을에 닭도 아직 울지 않고 버드나무엔 갈까마귀 잠자는데[村鷄不鳴柳藏鴉]”라고 표현하여 배경효과를 얻고 있으며, 나루터의 제법 번화하고 복작대는 정황을 장면 제시적으로 소개한다.
2부는 달구지꾼이 물화(物貨)를 받아 싣고 성중(城中)으로 수레를 모는데 이때부터 필치(筆致)는 더욱 곡진하고 생동하게 움직인다. 소가 험난한 고비에서 무거운 짐을 끄느라 힘겨워하는 정경이 점층적으로 펼쳐진다. 마침내 좁은 비탈길에서 귀인의 초헌(軺軒)을 만나 벽제(辟除) 때문에 소와 수레가 함께 길 옆 구렁으로 처박히는 상황에 도달한다. 이 민망한 정경을 사람들이 보고 모두 혀를 차는데 시는 여기서 3부로 넘어간다.
3부는 시인이 끌어가는 셈이다. 시인은 직접 나서진 않았으나 앞의 정경을 구경하던 사람 중에 들어 있었던 셈이다. “이날의 이런 고생쯤 오히려 별 것 아니란다”라고 하면서 저택에 쓸 목재나 분묘의 석물을 운반하는 데 얼마나 고난을 겪는가 핍진하게 서술한다. 소에게 그런 고통을 끼치는 원인은, 다름 아닌 중앙의 부와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사치와 부패에 있다. 이 점을 폭로하고 또 비판적 인식을 유도한 것이다.
소는 노동력의 혹사로 “가죽은 마르고 살이 졸아붙어 영락없이 고사목처럼 되고 말지[皮乾肉銷如枯槎]”라고 언급된다. 소의 비참한 신세는 이에서 끝나지 않고, 소는 드디어 푸줏간으로 끌려간다. 이 대목에서 “‘수레 끄는 소 고기 맛없다’ 타박들 한다네[謂言車牛肉不佳].”라고 착취자의 비정함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거우행(車牛行)」과 앞에 제시된 권필의 「구거아(驅車兒)」, 홍세태의 「철거우행(鐵車牛行)」는 제재 면에서는 모두 동일한 작품이다. 지금 이 「거우행(車牛行)」는 물화유통(物貨流通)이 보다 활발하게 된 현상을 반영한 동시에 주제사상에서도 진전을 보여주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273~27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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