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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가난한 선비의 일상생활을 포착하다
이 시는 가난한 선비 생활의 단면을 묘사한 것이다. 어느 여름날 시골 선비의 집, 이것이 서사적 배경이다. 그날 마침 풋보리로 죽을 쑤어서 무대 위에는 일가족이 죽을 먹는 장면이 펼쳐진다. 특별히 일어난 사건은 없다. 그야말로 일상적인 삶의 정경이다.
그런데 비록 하찮은 풋보리죽이지만 그 묘사의 감각이 극히 신선하며, 그것을 먹는 모습들에서 생활의 재미와 함께 인정의 묘미까지 느낄 수 있다. 끝에 그 집 문밖에 거지들이 몰려드는 데서 민생의 궁핍상이 드러난다. 그리고 부잣집을 가리키며 “그 집엔 개도 쌀밥을 먹는다는데[犬彘厭粱肉]”라고 하는 말에서 불평등의 사회 모순이 또한 제기되고 있다.
작중의 서술자는 바로 그 선비가 맡고 있다. 이 서술자를 시인과 그대로 동일시할 수 있을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어쨌건 곤궁한 처지에 놓인 선비의 생활 형상으로 실감을 준다. 박지원의 「양반전(兩班傳)」에서 정선 양반은 이 선비보다 훨씬 궁박한 처지에 놓인 경우다. 삶의 일상 속에서 선비를 포착한 점이 이 작품의 특색이라 하겠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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