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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03 - 집 문이 닫혀 비운을 맛보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11.03 - 집 문이 닫혀 비운을 맛보다

건방진방랑자 2020. 1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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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있는데 들어가지 못하다

 

 

임용이 3주 남은 시점이라 정리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번 주 화요일에 3층이 이사를 간 이후 수요일인 28일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일주일이 되는 오늘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그에 따라 그때 이후론 1층의 자동문이 계속 열려 있는 상태다. 공사 소리는 주기적인 쿵쾅거리는 소리로 들리니 그 소리가 새매가 되어 학교로 쫓아내고 있다. 역시 불행은 한편으론 다행이란 게 이런 걸 거다. 그게 아니었으면 당연히 집에 있었을 테니 말이다.

 

 

 

 

 

논어 정리를 시작한 하루

 

아직 시험까지는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물론 3주가 되는 이번 주부턴 맹렬하게 교육학도 공부하고 교과교육론도 외우며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맹자를 정리하던 것이 어제 하루 종일 맹렬히 하여 끝난 이후 논어의 팔일 장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이번 주 중에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다른 건 하지 않고 논어만 하게 됐고 오전과 오후에 올라가 무려 4개를 끝내서 3장 팔일부터 6장 옹야까지 끝냈다. 더욱이 오늘은 여느 날보다 대폭 추워졌다. 이렇게 하루 사이에 추워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된 것이다. 그래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와서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무난하게 보낸 날이라 들어와선 술을 마시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건수를 잡았기에 통닭을 시켜 술을 마셨다. 오랜만에 옛날 치킨 맛이 있는 처갓집 치킨을 맛있게 먹고 술도 잘 마셨다. 시험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올핸 여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다고 생각을 하니 걱정만큼이나 기대도 되는 게 사실이다.

 

 

   

 

세상에나 문이 닫히다

 

담배를 2층에서 펴도 되는데 냄새가 나는 게 싫어서 내려가서 폈다. 나갈 땐 느끼지 못했는데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주인네 공사로 인해 1층 유리문이 늘 열려 있는 상태다. 그래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나갔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닫혀 버린 것이다. 담배를 필 때까지는 전혀 신경 쓰지 못하다가 다 피고 들어오려 할 때 문이 닫혀 있어서 대략 난감인 상황이었다. 당연히 핸드폰을 가지고 나갔다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핸드폰도 없고 어떤 수단도 없다는 게 문제였던 거다.

집인데도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들어가기 위해 번호키의 여러 번호도 눌러 보지만 아무런 동작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번호키의 전원은 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중학생 때였다. 그때 집에 사채업자(?)가 찾아와 송원아파트에는 갈 수 없는 상황이라 혜민이네 집에서 몇 일 산 적이 있었다. 혜민네 집은 기린봉 쪽에 있었고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갔다. 그때는 집 키를 어떤 곳에 늘 두고 다녔는데 당연히 그곳을 뒤져보면 키가 나와 어렵지 않게 집에 들어가곤 했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아무리 찾아봐도 키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했지만 딱히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몇 시간이고 그냥 집 앞에 쭈그려 앉아 사람이 오길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느낀 기분은 정말 최악이었다. 집에 와서 편히 쉬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이렇게 삶의 비극을 맛보며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이런 비극은 도보여행을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공주 경천에서 잠자리를 얻을 때였다. 4월 말의 아직 추위가 싹 가시지 않은 때에 경천리에 도착하여 어떻게든 이곳에서 잠자리를 구하겠다고 맘을 먹은 상태였다. 그래서 마을회관에도 가보고 교회에도 가봤지만 영 심통치가 않더라. 그래서 슈퍼 앞에 앉아 무작정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1~2시간이나 흘렀을까? 서서히 날이 어두워지며 닥쳐오는 바람은 뼈에 파고들었고 삶의 비운을 맛보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집이 있어 들어가지만 난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여행은 내가 좋아했지만 그때만큼은 그런 선택을 한 내 자신이 한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도보여행의 심정으로

 

그 후론 그런 삶의 비운이나 비극까지 맛볼 정도의 상황은 있지 않았다. 삶은 평이했으며 생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런 삶의 비극에 닥쳐 있는 셈이다. 여러 것들을 해봤지만 딱히 해결책은 아니었기에 최후의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핸드폰을 빌려 집 문에 있는 번호로 연락을 하는 방법이다. 집주인 번호를 알고 있다면 바로 연락하면 될 테지만 그렇질 않으니 이런 방법 밖에 없다.

그렇게 맘 먹기 까지 여러 사람이 지나갔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모두 보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이곳에서 덜덜 떨 걸 생각하니 없던 용기도 나려는 차더라. 그래서 눈에 어떤 아저씨가 보이기에 가서 핸드폰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가지고 내려오지 않았다는 한 마디 말만 하더라. 가혹하게 무관심이었기에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첫 도전은 실패를 했기에 다시 무대책인 상태로 있어야 했다. 얼마 기다리니 20대 정도의 한 커플이 지나가더라. 더욱이 남자 아이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기에 좋은 기회다 싶었다. 가까이 다가가 실례하지만 핸드폰 좀 쓸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건네니,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 그래서 사정을 얘기하니 처음엔 조금 머뭇거리더니 남자 아이는 문에 적혀 있는 번호로 연락을 해줬다.

 

 

 

오아시스 같던 사람들을 만나다

 

그런데 코맥스 아저씨는 무슨 이런 시간에 연락이냐며 난처한 기색을 띠었고 집 전원을 모두 내리면 손으로도 열 수 있다고 알려주더라. 재밌는 점은 그 아이는 자기 일처럼 그 모든 걸 해줬다는 점이다. 전화기를 나에게 주기 싫은 건 알겠지만 직접 전화해서 말도 하고 직접 전원도 찾아 꺼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되지 않았고 다른 방법은 세입자의 번호를 찾아 방법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호 차엔 핸드폰 번호가 없었고 1층 상가들은 모두 퇴근한 상황이었다. 그 순간까지도 아이들은 떠나지 않고 자기 일처럼 직접 방법을 찾아주고 있다는 게 그렇게 힘이 될 수가 없었다. 나도 전화번호를 찾아 우편함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우편함에 전화번호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때 남자 아이는 1층의 네일샵에 전화를 해보더라. 아주 기특하고도 고마운 일이다. 다행히도 그 샵의 번호는 바로 핸드폰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연락이 되었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집 주인 번호를 알려주는 거나 직접 연락해주거나 하라고 했는데 집 주인 번호는 알려주지 않고 직접 연락을 하는 듯했다. 어쨌든 나름의 방법을 찾아 기다리는 시간이 왔다.

물론 아까보단 모든 게 괜찮다. 이렇게 자기 일처럼 나서서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뿐더러 지금은 나름의 해결책도 찾아 그저 기다리면 되니 말이다. 조금 기다리니 2층의 아저씨가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왔고 그분들이 바로 주인의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기쁜 마음에 문이 곧 닫힌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올라왔다.

 

 

 

감사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금은 무척이나 아쉽다. 너무 나의 입장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을 보고 당연히 정식적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야했고 괜찮다면 기프티콘까지 보낼 수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테니 말이다. 나 때문에 가던 길에서 한참이나 멈춰서서 여러 통의 전화도 해야 했고 무려 40분 정도의 시간도 보내야 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냥 핸드폰만 빌려주는 게 아닌 자신의 일처럼 해줬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기 때문이다.

삶의 비극을 10년 만에 맛본 날, 그로 인해 삶의 희극도 맛보기도 했다. 여전히 따스한 사람들은 있었고 남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해결해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추위가 갑자기 몰려온 날 밖에서 덜덜 떨며 지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나의 공부 스케줄에 맞춰 계속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이름도 모르던 20대 커플이여.

 

 

 

인용

지도

20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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