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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 유혜풍시집서(柳惠風詩集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제가 - 유혜풍시집서(柳惠風詩集序)

건방진방랑자 2020. 11.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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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시를 써서 옛 시의 남겨진 뜻을 드러낸 유혜풍

유혜풍시집서(柳惠風詩集序)

 

박제가(朴齊家)

 

 

情非聲不達, 聲非字不行, 三者合於一而爲詩. 雖然字各有其義, 而聲未必成言, 於是乎詩之道, 專屬之字, 而聲日離矣. 夫字之離聲, 猶魚之離水, 而子之離母也, 吾恐其生趣日枯, 而天地之理息矣. 古詩三百篇, 亦猶有其字, 而不得其聲者矣. 竊意古者言出而字成, 故其助語虛詞, 皆能委曲有味, 今其禮樂刑政之器, 鳥獸草木之名, 皆已破壞渙散, 不可復攷. 雖使今之人, 與三代之士卒然而相遇, 則其國俗之別, 方音之殊, 不啻若蠻夷之入於中國矣. 而猶且切切然誦其言而咨嗟而詠歎之曰: “此眞關雎也眞雅頌也.”

吾以爲此特今人之字音, 非古之原聲也. 夫今之所謂巫覡之歌詞倡優之笑罵, 與夫市井閭巷之邇言, 亦足以感發焉懲創焉已矣, 庶幾猶有古詩之遺意歟. 然而執筆而譯之, 言無不似也, 索然而不得其情者, 聲與字殊途也. 聲與字殊途, 而古今文章之不相侔, 槩可以見矣.

嗚呼! 千世之遠, 萬國之衆, 詩之變葢不知其幾也, 隨其變而爲聲, 亦各有自然之節焉. 吾友柳惠風之爲詩也, 可謂兼至而備美者矣, 乃能因字於古而通聲於今, 其形於中而動於外者, 若樹出花而鳥自鳴也. 不自知其所以然, 則聲與字之殊, 又不足論矣. 雖然聲與字一也, 而善則合之, 不善則離之何也? 文出乎字而聲成於字外, 故曰: ‘字者下學, 而聲者上達.’

丙申仲秋, 友人朴齊家撰. 貞蕤閣文集卷之一

 

 

<성시전도>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태평성시도>. 한양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해석

情非聲不達, 聲非字不行, 三者合於一而爲詩. 雖然字各有其義, 而聲未必成言, 於是乎詩之道, 專屬之字, 而聲日離矣.

()은 소리가 아니면 전달되지 못하고 소리는 글자가 아니면 간행되지 못하니 세 가지[]가 하나에서 합치되어야 시가 된다. 비록 그렇더라도 글자는 각각 뜻이 있고 소리는 반드시 말을 이루는 건 아니니 이에 시의 도가 온전히 글자에 국한되어 소리는 날로 본질을 떠났다.

 

夫字之離聲, 猶魚之離水, 而子之離母也, 吾恐其生趣日枯, 而天地之理息矣.

일반적으로 글자가 소리를 떠나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떠나고 자식이 어미를 떠나는 것 같아 나는 살아있는 의취는 날로 말라 천지의 이치가 종식될까 걱정된다.

 

古詩三百篇, 亦猶有其字, 而不得其聲者矣.

대체로 고시 300편이란 또한 오히려 글자는 있더라도 소리는 얻지 못한 것이다.

 

竊意古者言出而字成, 故其助語虛詞, 皆能委曲有味, 今其禮樂刑政之器, 鳥獸草木之名, 皆已破壞渙散, 不可復攷.

속으로 생각해보니 옛날엔 말이 나와 글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조어(助語)와 허사(虛詞)는 모두 자세하여 맛이 있었지만 지금의 예악형정(禮樂刑政)의 기물과 조수초목(鳥獸草木)의 이름이 모두 이미 파괴되어 흩어져 다시 상고할 수가 없다.

 

雖使今之人, 與三代之士卒然而相遇, 則其國俗之別, 方音之殊, 不啻若蠻夷之入於中國矣.

비록 지금 사람에게 하은주 백성과 서로 만나게 하더라도 나라의 풍속이 다르고 사투리가 달라 오랑캐가 중국에 들어간 차이뿐만이 아니리라.

 

而猶且切切然誦其言而咨嗟而詠歎之曰: “此眞關雎也眞雅頌也.”

그러니 오히려 또한 간절하게 그 말을 외워 한숨 쉬면서 이것이 참된 관저장(關雎章)이고 참된 아송(雅頌)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吾以爲此特今人之字音, 非古之原聲也.

나는 지금 사람의 글자 음이 옛날의 원래 소리가 아니라 생각한다.

 

夫今之所謂巫覡之歌詞倡優之笑罵, 與夫市井閭巷之邇言, 亦足以感發焉懲創焉已矣, 庶幾猶有古詩之遺意歟.

대체로 지금의 소위 무당의 노래와 배우의 우스개나 욕하는 소리나 저자나 마을의 비속한 말이 또한 느껴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잘못을 징계할 수 있을 뿐이니 오히려 옛 시의 남은 뜻에 가까운 것이다.

 

然而執筆而譯之, 言無不似也, 索然而不得其情者, 聲與字殊途也.

그러나 붓을 잡고 번역하니 말이 같지 않음이 없지만 외롭게 그 정()을 얻지 못하니 소리와 글자가 길을 달리했다.

 

聲與字殊途, 而古今文章之不相侔, 槩可以見矣.

소리와 글자가 길을 달리하고 예나 지금의 문장이 서로 같지 않음을 대개 볼 수 있다.

 

嗚呼! 千世之遠, 萬國之衆, 詩之變葢不知其幾也, 隨其變而爲聲, 亦各有自然之節焉.

! 천년의 아득함과 온 나라의 대중이 시의 변화를 대략적으로 기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 변화에 따라 소리가 됐으니 또한 각각 자연스러운 절조가 있는 것이다.

 

吾友柳惠風之爲詩也, 可謂兼至而備美者矣, 乃能因字於古而通聲於今, 其形於中而動於外者, 若樹出花而鳥自鳴也.

내 벗 유혜풍(柳惠風)이 지은 시는 지극함을 겸하고 아름다움을 갖췄다고 말할 만해서 글자는 옛날에 따르면서도 소리는 지금에 통하고 속마음을 형용하면서 겉모습에 동하게 하니 나무가 꽃을 피우고 새가 절로 지저귀는 것 같다.

 

不自知其所以然, 則聲與字之殊, 又不足論矣.

스스로 그 까닭을 알지 못한다면 소리와 글자가 달라졌으리니 또한 논의할 게 없다.

 

雖然聲與字一也, 而善則合之, 不善則離之何也?

비록 그렇다해도 소리와 글자는 하나이니 잘하면 합치되지만 잘하지 못하면 떠나는 건 왜일까?

 

文出乎字而聲成於字外, 故曰: ‘字者下學, 而聲者上達.’

글은 문자에서 나오고 소리는 글자의 바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글자는 형이하학이고 소리는 형이상학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丙申仲秋, 友人朴齊家撰. 貞蕤閣文集卷之一

병신(1776)년 중추일에 친구 박제가(朴齊家)가 짓다.

 

 

인용

저자 / 지도

앞 글(八家詩選序) / 뒷 글(昭代風謠序)

조선 지식인의 어문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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