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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36. 교회에서 자는 날에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이유[함열⇒논산](09.04.27.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36. 교회에서 자는 날에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이유[함열⇒논산](09.04.27.월)

건방진방랑자 2021. 2. 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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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자는 날에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이유

 

 

여느 교회나 새벽 4시나 5시엔 새벽기도라는 걸 한다. 예전에 교회에 다닐 땐 부활절, 작심 새벽기도회와 같은 특별한 날에만 새벽기도를 나갔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참가하려면 일찍 일어나야만 하고, 그러려면 생활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 2주차 여행은 시작부터 예기치 않은 상황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래서 조으다~

 

 

새벽을 깨우리라

 

2003년에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 거의 반년 동안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근무시간은 특이하게도 아침 6~9시까지 근무 후 잠시 퇴근 후에, 다시 돌아와 오후 6~10시까지 마무리 짓고 퇴근하는 거였다. 그런 근무 형태다 보니 10시에 퇴근하고 나면 집에 와서 바로 잠을 자야만 했다. 새벽 5시에는 일어나 준비를 해야지만 겨우 시간 내에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전 근무를 마치고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9시간이 남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그 시간엔 잠을 자고 시간을 때우다 출근하는 게 다반사였다. 결국 이래저래 하루를 온통 아르바이트에 쏟아 붓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때 느꼈다. 몇 시간 근무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근무형태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은 일상의 리듬을 깨버린다는 것을.

 

 

▲ 헬스장 아르바이트는 힘들진 않았다. 단지 근무 시간이 문제였을 뿐.

 

 

그럼에도 국토종단 중엔 교회에서 잠을 자게 되면 꼭 새벽기도에는 참석하겠다는 철칙을 정했다. 교회에서 자게 된 건 고창 신림교회와 지금 묵고 있는 함열성결교회 뿐이지만, 이런 철칙은 처음부터 정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건 새벽기도를 하여 하루를 신심 가득하게 시작하자는 이유가 아니라, 그저 잠자리를 제공해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작은 교회일수록 새벽기도에 한 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나름 힘이 된다고도 믿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던 중에 갑자기 나를 보더니 여행의 계기와 목적지를 물어보셨다. 이럴 줄 알고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번 여행 자체가 나에겐 강고한 틀을 깨는 계기이기 때문에 강하게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떠나게 됐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는 철원이라고 밝혔다. 아마 아침부터 강한 어조로 말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많은 분들은 뭘 저리 힘줘서 말을 하지라며 깜짝 놀랐을지도 모른다. 목사님은 건강하게 여행을 잘 마치라며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 후에 잠깐동안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다.

이 교회는 나름 큰 교회다 보니, 새벽기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오더라. 이분들은 새벽을 깨우리라는 생각으로 신앙심을 불태우고 있는 거였다. 이분들이 생각하고 바라는 것들이 진정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목청껏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나도 가만히 있기는 뭐 해서 대학 서문중용 서문을 기도하는 말투로 외웠다. 몸은 미치도록 피곤했지만, 그럼에도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졌던 시간이다.

 

 

▲ 목포→무안→함평→고창→김제→익산→논산→연기→청원→진천→이천→여주→양평→포천→연천→철원

 

 

 

걷는 사람에겐 발이 가장 중요하다

 

전도사님과 숙소로 돌아와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 누웠다. 몇 분을 누웠을까? 그래도 쉬이 잠이 오지 않아 교회 화장실에서 씻고 어제 남은 밑반찬 몇 가지와 함께 밥을 먹었다. 잠도 자고 아침도 먹었겠다 이제 준비를 하고 떠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짐을 챙기고 나가려던 찰나 발바닥이 찌릿찌릿 아프더라. 그래서 양말을 벗어 확인해보니 물집이 잡힌 부분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어제 오후엔 거의 전속력으로 질주하다시피 걸었으니, 발바닥이 멀쩡할 수는 없었던 거다. 어제 충분히 무리를 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할 겸 실에 바늘을 꿰어 물집 사이로 통과시켜 물을 빼냈다. 그런데 괜찮을 줄만 알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게 화근이 되었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고, 나에겐 자나 깨나 물집 관리라 할 수 있다. 그게 국토종단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 목포→무안→함평→고창→김제→익산→논산→연기→청원→진천→이천→여주→양평→포천→연천→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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