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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토종단 - 52. 노무현 전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삼인성호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52. 노무현 전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삼인성호

건방진방랑자 2021. 2. 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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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대통령의 검찰 출두와 삼인성호

 

 

이날 아침을 먹을 때 티비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다. 봉하마을에서 나오는 장면에서부터 촬영하기 시작하여 어느 고속도로를 타고 어느 휴게소를 거쳐 검찰청에 들어오는지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 전대미문의 검찰출두 과정을 우린 생방송으로 지켜봐야 했다.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혐의도 갖다 붙일 수 없다. 그런데 이미 언론의 보도 방향은 그를 범죄자로 다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방총과 위나라의 태자가 조나라 수도 한단으로 인질로 잡혀 가며 방총이 위나라 임금께 말씀드렸다.

이제 첫 번째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라고 한다면, 임금께선 믿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임금께서는 아니네.”라고 단호하게 대답하셨다.

방총이 말씀드렸다. “두 번째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라고 한다면, 임금께선 믿으시겠습니까?”

임금께서는 잠시 망설이며, “과인은 의심해보겠노라.”라고 말씀하셨다.

방총이 말씀드렸다. “세 번째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라고 한다면, 임금께선 믿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임금께서는 과인은 그 말을 믿겠노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방총이 말씀드렸다. “시장엔 호랑이가 없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함에도 세 사람의 말은 호랑이를 만들어냅니다. 이제 한단과 대량의 거리는 시장보다 멀고 의견을 내는 신하는 세 사람을 넘어섭니다. 원컨대 임금께선 그걸 살피소서.”

임금께서 과인은 스스로 알고 있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말씀드리고 떠났는데 한단에 도착하기 전에 참언이 먼저 이르렀다.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났음에도 방총은 혜왕을 볼 수 없었다. 전국책(戰國策)』 「위책(魏策)

龐葱與太子質於邯鄲, 謂魏王曰: “今一人言市有虎, 王信之乎?” 王曰: “.”

二人言市有虎, 王信之乎?” 王曰: “寡人疑之矣.”

三人言市有虎, 王信之乎?” 王曰: “寡人信之矣.”

龐葱曰: “夫市之無虎, 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 今邯鄲去大梁也遠于市, 而議臣者過于三人矣. 願王察之矣.”

王曰: “寡人自爲知.”

于是辭行, 而讒言先至. 後太子罷質, 果不得見.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는데 위의 원문이 삼인성호(三人成虎)’의 본문이다. 세 사람만 모이면 한 사람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한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사람의 사견이 될 뿐이고, 두 사람이 하는 말은 짜놓은 각본과 같은 의미를 지니지만, 그럼에도 세 사람이 하는 말은 전혀 다른 위상을 지니게 된다. 사람의 인식 속엔 세 사람 중 한 명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주위의 상황에 쉽게 휩쓸리는 존재다. 세 명이 같은 얘기를 하건, 백 명이 같은 얘기를 하건 충분히 오류일 수 있다는 뜻이고 다수결엔 함정도 있다는 뜻이다.

 

 

▲ 한 사람을 몰아세우길 어떤 언론사도 중단하지 않았다. 그가 봉화에서 검찰까지 출두하는 장면은 희대의 장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황에 휩쓸리는 인간

 

인간의 두 얼굴이란 다큐에서는 상황에 인간이 얼마나 휩쓸리기 쉬운지 실험을 했다. 5명의 학생이 시험을 보는데, 이 중 4명은 연기자로 시험장에 연기가 가득 퍼졌음에도 절대로 미동도 하지 말고 앉아서 문제를 풀 것을 요청받았다. 그때 나머지 한 명은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게 이 실험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땐 연기가 난다는 건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암시하기에 살기 위해서라도 시험을 그만두고 튀어나갈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험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연기가 나기 시작하니 실험자는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문제 풀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연기가 더욱 짙어져 시험지조차 안 보일 정도가 되자 실험자는 더욱더 겁에 질린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까지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 사람은 주위의 영향을 받는다.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도, 완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늘 고민하며 겸손해야만 하는 것이다.

 

 

위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직감이나 판단이 얼마나 주위에 휩쓸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거다. 자신은 어떤 상황이든 올바른 판단을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것만 같지만 주위 상황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삼인성호라는 말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 할 것 그를 호랑이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 잔인한 순간들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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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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