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감리교회 목사님과 아쉬운 사모님과의 작별
목사님은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준다며 나에게 같이 나가자고 하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사택에 자게 해준 것도 감사한데, 그렇게 챙겨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 덕에 연기군 일대를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독락정, 부안임씨가묘에 가다
이미 연기군 일대는 행복도시 건설 사업으로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한 군데만 원형이 보존되어 유지되고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부안 임씨 가묘’다. 이곳은 부안 임씨들이 모여 살았던 집성촌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부안 임씨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그들의 가묘만이 덩그러니 금강에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 있다. 사람이 떠난 곳에 남은 가묘는 무슨 의미일까? 이들은 행복도시개발로 흩어진 걸까, 도시화로 인한 이촌향도(離村向都)로 흩어진 걸까?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풍수지리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그냥 딱 봐도 그곳은 명당 중의 명당이었다. 적어도 볕이 잘 들고,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에 있어 사람이 살기 좋으면 명당이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부안임씨가묘에서 내려다보이는 금강의 풍취는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이 맑고도 싱그러웠다.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에 정자에 대자로 누워 한숨 잘 수 있다면, 정말로 신선이 부럽지 않을 거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게 바로 홀로 즐김의 극치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정자의 이름이 ‘독락정(獨樂亭)’이더라.
건빵이 만난 사람⑦: 결혼식 뷔페에 초대해주시다
그 다음에 간 곳은 금강이다. 그곳엔 이른 시간인데도 낚시를 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8개의 낚시대를 설치해 놓았고 그 밑에 10개 정도의 다른 낚시대도 있더라. 이 정도면 ‘기업농’에 비견될 만한 ‘기업 강태공’이 아닐지^^ 혹시나 하고 낚시바늘을 살펴보니, 아쉽게도 굽어있더라. “할아버지! 문왕(文王)에게 발탁되긴 글렀어요.” 금강은 습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비되지 않은 자연스런 풍광이 좋아 보였다.
교회 주변을 한 번 천천히 둘러 봤다. 기분이 상쾌하다. 목사님과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아침을 먹고 과일까지 맛있게 먹었다. 겨우 12시간 정도만 함께 했을 뿐인데 금세 친해진 느낌이다. 사모님과도 친해져서 떠나려 할 땐 “유성에서 결혼식이 있어 뷔페를 먹는데, 같이 가실래요?”라고 점심 약속에 초대까지 해주시더라. 지금의 난 그런 어색한 자리를 좋아하고, 무언가 새로운 인연이 엮이는 자리를 좋아하기에 충분히 갈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하루하루 걸어서 여행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 벗어난 건 아니기에 감사하다고 인사만 하고 나왔다.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 줄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근데 하루가 지난 후에 생각해 보니, 솔직히 그 제안을 거절한 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제안을 한다는 게 쉽지 않고, 그렇게 얽힘으로 새로운 인연으로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 기간이 늘어날까봐 노심초사했었는데, 막상 하루가 더 늘어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30일을 하건, 31일을 하건 별 차이가 없는데도 아침엔 너무 밴댕이 속 같았다. 누구 말마따나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절실했다.
마지막까지 환대해주시던 목사님과 사모님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어제 살짝 배신 때렸던 일이 떠올라 미안했다. 목사님과 사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머지않은 시일에 꼭 찾아뵐게요. 그땐 전혀 다른 교회에 계시겠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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