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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66. 네 명의 아이들로 분주히 맞이한 주원교회의 아침[이월면⇒안성](09.05.04.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66. 네 명의 아이들로 분주히 맞이한 주원교회의 아침[이월면⇒안성](09.05.04.월)

건방진방랑자 2021. 2. 7.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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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아이들과 분주히 맞이한 주원교회의 아침

 

 

교회에서 자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새벽 기도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잠을 자자니 목사님이 안 주무실지도 모르는 거고 그냥 일어나서 갈 준비를 하자니 고요한 집 안의 분위기를 깨는 것이기에 난처하다. 지금까진 새벽 기도 후에 집안 식구들이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누워 있곤 했다. 그러니 깊은 잠을 잘 순 없다. ~ 푹 자고프다.

 

 

▲ 어느덧 2주차 여행까지 끝났다. 오늘은 전주에 가기 위해 안성으로 가는 날이다.

 

 

 

깨우기 전쟁이 없던 평화로운 그곳

 

새벽 기도 후에 잠자리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밖은 한껏 시끄러워졌다. 오늘은 공식적인 휴일이 아니기에 누군 학교에 가고 누군 쉬게 된 탓에 휴일 같은 여유로움과 평일 같은 분주함이 공존한다. 막둥이만 쉬는 날이라 잠을 자고 있었고 세 명의 아이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사모님은 더 주무시는지 사모님의 우렁찬(?) 잔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났다는 얘기다. 아침마다 엄마와 자식 사이에 잠 깨우기 전쟁이 일어난다던 여느 가정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새벽기도를 늘 하셔야 하는 목사님 가정이기에 자연스럽게 그리된 것이려나.

 

 

▲ 주원교회의 아침은 체험 삶의 현장이다. 활기가 있고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 사람 사는 내음이 있다.

 

 

 

시간은 금이 아니다

 

나도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세면을 하고 짐을 다 챙겼다. 거실 소파에 앉아 아이들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나 보고 있다. 관람객이나 된 듯 가만히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세 아이가 동시에 왔다 갔다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큰딸은 소풍 간다며 치장하느라 정신없고 둘째와 셋째는 가방을 챙기고 교복을 입더니 밥도 안 먹고 그냥 간다.

그 광경을 보면서 감상에 젖은 나를 볼 수 있었다. 나도 저렇게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할 때가 있었다. 아니 이렇게 여행을 떠나기 전만 해도 그랬다. 학생 땐 시간은 금인 줄만 알았기에 잠은 사치요 깨어남은 미래를 위한 적립이라 생각했다. 게으름을 내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고, 늦잠은 인생을 버리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자본주의의 효율주의가 만들어 놓은 환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껏 그렇게 지내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늦잠도 좋고, ‘시간=이라는 생각 자체를 버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간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져서 이런 식으로 여행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학교도 졸업하여 무언가 할 일이 없어진 지금은 나의 생체리듬에 맞춰 지내려 노력하고 있다.

 

 

▲ 성실은 다른 이름의 폭력이었다. 나의 성실을 남에게도 강요하니 말이다. 이젠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그리고 쫓기게 하지 않는다.

 

 

 

사모님은 폭군이다. 그것도 귀여운 폭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모님이 나오셨다. 목사님께서 담이 걸리셔서 아직도 주무신다는 전해주시고 아침을 차리시더라. 사모님과 큰딸, 막둥이, 나 이렇게 넷이서 아침을 먹었다.

사모님은 전형적인 경상도 분이시다(친정이 포항이란다). 명령조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어찌나 하시던지, 오죽했으면 내가 사모님 자식이 아닌 것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에겐 잔소리 대신 세심한 배려를 해주셨다. 밥도 맛있게 차려주시고 여행할 때 먹으라며 이것저것 챙겨주신 거다. 간식거리와 밥과 반찬, 그리고 무교병이라는 과자까지 듬뿍 주셨다. 무교병은 성경에 나오는 것인데 그냥 먹기에는 퍽퍽하고 맛은 없지만 간식거리로 딱이겠다 싶었다. 이건 너의 이 뺨을 치는 자에게 뺨도 돌려대며 네 겉옷을 빼앗는 자에게 속옷도 거절하지 말라. (눅 6:29)’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후한 인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내가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이런 행복들을 나도 누군가에게 아무 조건 없이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 성지순례를 다녀오며 사오신 거란다. 누룩을 넣지 않고 만든 '빵'인 줄만 알았는데, 과자 비스무레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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