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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68. 반환점: 길에서 엇갈리고 길에서 마주치다(09.05.06.수)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68. 반환점: 길에서 엇갈리고 길에서 마주치다(09.05.06.수)

건방진방랑자 2021. 2. 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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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길에서 엇갈리고 길에서 마주치다

 

 

길을 나선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목포에서 시작해서 이틀 간 휴식한 것 말고는 줄곧 걸었다.

목포에서 무안으로, 무안에서 함평을 지나 영광으로, 영광에서 고창으로, 고창에서 정읍으로, 정읍에서 김제로, 김제에서 익산을 지나 함열로, 함열에서 논산으로, 논산에서 공주 경천리로, 경천리에서 연기군 양화리로, 양화리에서 청주로, 청주에서 진천군 초평리로, 진천군 초평리에서 진천군 이월리로, 이월리에서 경기도 안성으로 끊임없이 걸었다. 이게 2주간의 내 여정이었다.

 

 

▲ 함평에서 고창으로 갈 때의 사진. 여행 시작한 지 3일째라 걷기에만 열중했다.

 

 

 

걷기만 하는 여행인가, 마주침을 위한 여행인가

 

우선 첫째 주엔 그닥 재밌지 않았다. 여관에서 자는 날이 많아서 직접 지역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걷는 게 익숙해질 즈음 이젠 상황에 맞닥뜨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확실히 여행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나 목사님께 사정을 말하고 하룻밤 신세 지기를 청했다. 그 덕에 민가에서 자거나 목사님 사택에서 잘 수도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대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으니, 그런 인연들이 어찌나 소중하게 느껴지던지 모르겠더라. 하루 묵고 떠나면 어디쯤 가는지 전화를 해서 묻기도 했다. 사람의 정이 느껴지니, 여행을 마음 따뜻하게 할 수 있었다. 사는 낙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와 같은 우연한 만남들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공주 경천리에서 연기군 양화리로 넘어갈 때의 사진. 처음으로 터널을 걷는 체험을 했다.

 

 

 

시작=의 의미

 

그런데 왜 보름만 하고서 다시 집으로 내려왔냐고?? 내일 예비군 훈련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게 웬 황당한 상황인가? 어쩌겠는가. 겸사겸사 이렇게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는.

훈련이 끝나면 이제 경기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다시 강원도로 넘어갈 작정이다. 이제 진정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맘껏 부딪히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외로움에 철저히 빠져들고 사람들과의 인연에 몸을 맡겨야겠다.

거리엔 무서움과 두려움만 있는 게 아니다. 그곳엔 뜻하지 않은 행운들도 숨어 있다. 그 행운을 찾기 위해선 어찌 되었든 길을 나서야 한다. 이제 반절 정도가 끝났다. 하지만 시작은 반이라 했던가. 기호로 표시하자면 '시작='이고 =시작이라는 말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 셈이다. 맘을 비우고 그저 길을 떠나보는 거다.

 

 

▲ 진천에서 안성으로 넘어오는 길에서. 호젓한 길이었다.

 

 

인용

목차

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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