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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토종단 - 69. 15도 틀어진 운명의 좌표를 따라 국토종단 후반기로[전주⇒서울](09.05.08.금)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69. 15도 틀어진 운명의 좌표를 따라 국토종단 후반기로[전주⇒서울](09.05.08.금)

건방진방랑자 2021. 2. 7.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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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틀어진 운명의 좌표를 따라 국토종단 후반기로

 

 

어버이날이다. 그런데도 오늘 떠나기로 했다. 어머니와 형이 하루 더 있다가 떠나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했지만, 진규와의 약속도 있고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도 않아서 이날 떠나기로 한 거다.

 

 

▲ 운명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 차후에 규정되는 것이라면 지금 그 멋대로 사는 거다.

 

 

후반기 여행 시작부터 빗나간 예측

 

진규네 회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다 보니 5시 버스를 타게 되었다. 지금껏 서울로 가면서 버스가 밀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긴 내가 서울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거의 평일에 갔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걸 테지만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빈자리도 여러 곳 있고 2시간 30분 정도 걸려 서울에 도착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좌석도 거의 꽉꽉 찼고(내 옆에도 한 남정네가 앉았다. 그래서 곧바로 그 자리에 있던 배낭을 무릎 사이에 내려놓았다. 다리를 쫙 펼 수 없으니 어찌나 불편하던지. 그런데 다행히도 두 자리가 모두 빈 곳이 한 군데 있어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그 남정네가 그리로 자리를 옮기더라. 그 덕에 난 편하게 왔다는 거^^) 경기도에 들어선 순간부터 차는 거북이걸음을 한다. 그때만해도 앞쪽에 사고가 나서 일시적으로 밀리는 줄만 알았다. 이런 경험이 없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그곳을 한참이나 벗어났는데도 계속 밀리는 것이다. 그제야 서울로 가는 길 전체가 밀린다는 것을 알겠더라.

도대체 왜 주말을 코앞에 둔 금요일 저녁에 서울로 가는 길이 밀리는 걸까? 주말을 맞아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건가? 친구가 터미널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엄청 늦을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더라. 740분에 도착했어야 할 차가 820분에야 겨우 도착했다. 진규에게 엄청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집에서 함께 하는 중간파티

 

진규와 진규 여친을 만나 지하철을 한 시간 가량 타고 버스를 다시 타고서야 자취방에 올 수 있었다. 회사는 강남에 있는데 집은 명지대 근처다. 늘 오고 가느라 4시간 정도를 투자하고 있단다. 가까운 데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계약기간도 있고 한적한 그곳이 좋아서 좀 더 있을 생각이란다. 벌써 그렇게 생활한 지도 1년이 되어 가고 있단다. 복잡한 서울생활을 이중삼중으로 경험하며 일 년을 보냈다고나 할까. 그러니 진규가 더욱 대단해 보였다. 군소리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그 끝엔 뭐가 있냐고 묻진 않겠다. 그저 그 순간 속에 너 자신이 있는 걸 테니.

저녁은 친구네 집에서 목살 파티를 했다. 난 상추와 깻잎을 씻고 진규 여친은 고기를 굽는다. 목살 한 근을 사면 모두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양이 모자라더라. 아무래도 내가 배가 고픈 모양이다. 하긴 점심에 라면만 먹었고 헌혈까지 했기 때문에 허기가 더욱 심하게 느껴지나 보다. 그래서 배낭에 잔뜩 가져온 간식들을 꺼내서 그것도 같이 먹었다.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들만의 축하파티를 하고 있다. 조촐했지만 따스한 정을 나누던 순간이었다.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 벅차던 순간이었다.

 

 

 

15˚ 틀어진 운명의 좌표

 

이로써 나의 후반기 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후반기 여행이라 해서 처음 목포로 떠날 때에 비해 덜 설렌다거나 덜 두렵다거나 하진 않는다. 걷는다는 것만 같을 뿐 장소도,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게 다르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마음을 활짝 여느냐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달라질 테지.

최종목적지는 철원이 아닌 고성 통일전망대로 정했다. 목포에서 출발한 것도 어중간한데 최종목적지도 철원일 경우엔 어중간하게 끝나는 것만 같아 두고 두고 후회를 하게 될 게 뻔했기에 바꾼 것이다. 그리고 2주 만에 목포에서 안성까지 왔기에 통일전망대라 해도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들었고 여행 경비 문제도 자연히 해결되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통일전망대로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었다.

군생활을 강원도 철원에서 했지만, 군생활의 폐쇄성 때문에 강원도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만 알 뿐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강원도를 누비며 강원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봐야겠다. 이런 변화들도 클리나멘(Clinamen)의 일종일터. 이것으로 내 운명의 좌표는 15도 틀어지게 되었다. 어떤 인연의 장으로 내가 들어갈진 알 수 없지만 그 상황에 몸을 맡겨볼 작정이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나의 두 번째 여행담이 시작된다. 기대하시라. Coming Soon!

 

 

▲ 진규와 먹었던 저녁에 찍은 사진이 없다. 이 사진은 2010년 임용시험이 끝나고 세훈이네 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할 때 찍은 사진이다.

 

 

 

지출내역

 

내용

금액

전주-서울 버스비

10.500

총합

10.500

 

 

인용

목차

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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