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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토종단 - 71. 거부야말로 오히려 일상적인 반응인 걸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71. 거부야말로 오히려 일상적인 반응인 걸

건방진방랑자 2021. 2. 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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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야말로 오히려 일상적인 반응인 걸

 

 

한참 걷다가 630분이 되었을 때 일죽면에 도착했다. 시간상으론 한 시간 정도 더 걸을 수 있었지만 면을 벗어나면 잘 곳을 찾는 게 어려워질 것 같아 여기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 오늘의 숙박지다. 여기서 어떻게든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일상적인 반응엔 무덤덤하게, 특별한 반응엔 감사하게

 

늘 그랬듯이 교회로 찾았다. 처음 찾아간 교회는 작은 교회다. 들어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공감은 해주시는 데 신자분이 심야 기도를 하러 오신다며 안 된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초등학교 옆에 큰 교회가 있다고 알려주신다.

그 교회로 가봤더니 글쎄 아무도 없더라. 그래서 경찰서로 향했다. 진천군 초평면에서 경찰 아저씨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들어갔다.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일까? 꽤 날카로운 이목구비의 경찰관이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갔더니 경계의 눈초리를 띠신다. 당당히 앞으로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며 묵을 수 있는 곳을 물어봤다. 주의 깊게 듣기는커녕 귀찮은 일이라는 듯 힘들겠다고 잘라 말하며 싼 여관을 이야기만 하신다.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맞다! 바로 이런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이겠지. 그동안 내가 받은 대우들이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반응이었을 뿐이야. 그런데 그런 특별한 반응을 받고도 일상적인 반응인양 당연시하고 이런 일상적인 반응에는 부득부득 이를 갈고 있었으니 내가 심하게 착각하고 있었던 거지. 이분들을 미워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는 게 맞겠지.’

 

 

 

두 교회에서 거부당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까 아무도 없던 교회로 다시 갔다. 이젠 740분도 넘은 시간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턱대고 누군가 오길 기다렸다. 8시 정도가 되니 누군가 교회의 불을 켜며 1층으로 내려오더라. 그래서 부리나케 달려갔다. 내려온 사람은 목사님 같긴 한데 너무 젊으시던걸.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난색을 표하면서 안 된다는 것이다. 나도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에 떼를 쓰며 화장실에서라도 자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다. 물론 이건 그만큼 내 상황이 급박하다는 표현이다. 이 정도로 간곡하게 이야기하면 어떻게든 잘 곳을 마련해 주실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도 거절하시더라. 그때 느껴지던 서글픔과 처절함이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이런 반응이 일반적인 반응이라 해도 그땐 울컥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떠나가는 연인에게 울고불고 매달렸더니 왜 이래? 찌질하게~”하며 휙 떠나는 기분이랄까.^^ 완전 최악이다. 이제 어떻게 한다지?

다시 용기 내서 아까 방문한 개척교회로 가기로 했다. 목사님 인상도 좋으시고 내 상황에 어느 정도 공감해 주셨으니 염치 불구하고 간 것이다.

다시 찾아가 애원조로 이야기했더니 목사님도 사정을 이야기하신다. 교회에서 늘 철야기도를 하는 여신도가 있는데 어느 날 술 취한 사람이 와서 재워 달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뒷좌석에서 자게 했는데 글쎄 뒤에서 여신도를 안았다지 뭔가? 그래서 그 후론 절대 외부 사람을 재워주지 않기로 하셨다는 거다. 그러면서 목사님께선 뭐 술도 안 드셨고 국토종단을 한다니깐 그때와 같은 상황이 아닌 줄 알지만 신자와의 약속인지라 어쩔 수 없네요.”라고 말씀하셨다.

 

 

▲ 도움은 일상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매우 특별한 거였다. 그저 감사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인용

목차

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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