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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81. 아파오는 발목과 쉽게 구한 잠자리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81. 아파오는 발목과 쉽게 구한 잠자리

건방진방랑자 2021. 2. 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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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오는 발목과 쉽게 구한 잠자리

 

 

여주에서 양평으로 향하는 37번 국도엔 군부대들이 정말 많다. 가는 길 곳곳에 군부대들이 즐비했다. 난 이곳을 군의 소굴(巢窟)’이라고 이름 지어줬다. 신형 짚차가 수시로 지나다니고 장병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모처럼 듣는 군가가 귀에 맴돌 정도다.

 

 

▲ 보통마을. 이름이 정겹다.

 

 

 

군의 소굴을 지나며 정신교육의 후유증에 시달리다

 

여기서부터는 점점 군인을 보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남부지방에선 어쩌다 보게 되는 게 군인이지만 중부지방에선 그 반대일 거니까. 주적(主敵) 개념이 사라졌다 해도 심정적으로 우리의 주적이 북한인 이상, 중부지방에 군대가 몰려 있는 건 당연하다. 여기가 바로 최전방이기 때문이다.

 

 

▲ 20대 남자라면 가는 곳 군대. 그곳에선 무수한 정신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런 전방 밀집 배치는 현대전에선 불리할 수도 있다. 이라크전을 통해서 보았다시피 미사일로 밀집 지역이나 군사지역을 먼저 타격한 후 마지막으로 보병부대가 투입되어 뒷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병력의 규모나 속도전으로 전쟁의 승패가 갈렸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분산배치를 통한 일사불란한 병력 운용이 더 중요하다.

군부대를 지나가고 있노라니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 나도 군대에 가서 정신 교육좀 받았더니, 어느새 미군=동맹군, 인민군=적군이란 도식에 갇히고 말았구나. 참 서글픈 현실이다. 빨리 남과 북이 통일되어야 할 텐데. 그래야 같은 민족을 적대시하고 타민족을 우대하는 이런 단순화한 오류에서 벗어나지.

 

 

▲ 설마 이 양촌리가 전원일기의 무대인 그곳인가?

 

 

 

길도 잘못 들고, 발목도 아프고

 

조금씩 비는 그쳐 갔다. 양평에 도착하니 하늘이 맑게 개어 햇살이 쏟아진다. 양평 시내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양평시장을 지나니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이더라.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지만, 사람들에게선 활기가 느껴졌다. 햇살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기운이 난다. 점점 힘들어질 때였지만, 이상하게도 힘든 줄 모르겠더라.

 

 

▲ 길을 잘못 들어서 횡성 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날씨는 걷기에 딱 좋다.

 

 

‘37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6번 국도를 타야 한다.’라는 것만 기억하고 지도를 보지 않고 걸었다. 그런데 그런 거만이 문제였다. 분명히 6번 국도를 타긴 했는데, 홍천 & 횡성 방향으로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참이나 기분에 취해 막 걸었는데, 그게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더라. 아뿔싸! 내가 지금 어딜 가는 거지? 그제야 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오른쪽 발목이 아프다. 오늘은 삼박자 보행까지 해가며 제대로 걸었는데도 발목이 아프니까 참 미치겠더라. 장거리 여행으로 발목에 무리라도 온 건가? 그래서 그때부터 쉴 때마다 발목을 돌리기도 하고 탁탁 털어주기도 하고 멘소래담을 발라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더라. 절뚝절뚝~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몸에 무리가 온다. 이래서 몸이 아파봐야 몸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니깐.

 

 

▲ 자연이 만든 경이로움

 

 

 

쉽게 잠자리를 얻다

 

오늘은 밀린 빨래가 있기 때문에 여관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회가 눈에 띈다면 지나치지 말고 이야기는 해봐야지. 조금 걸으니 여러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눈에 딱 들어온 교회가 있어서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그곳으로 갔다. 사택에 가보니 초인종이 없더라. 그래서 힘껏 목사님을 불렀다.

늘 그렇지만 이때가 가장 떨린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힘들고, 그렇게 말했는데 안 좋은 반응이 돌아오면 난처하기도 하다. 말하는 사람도 거절해야 하는 사람도 피차 난처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이유는 없다. 거부당할까 무서워 부탁을 못한다면 앞으로 할 수 없는 일이 할 수 있는 일보다 많을 것이다. 거부당할지라도 부딪쳐보면 새 가능성이 열리게 마련이다.

목사님을 4번 정도 불렀나 보다. 전혀 기척이 없어서 돌아서려던 찰나, 목사님이 교회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시는 거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바로 허락해주시더라. 이건 뭐~ 아주 그냥 죽여줘요^^

허락을 받는 것만큼 중요했던 게 빨래를 말릴 수 있는 공간이 있나 하는 거였다. 내가 잘 수 있는 공간은 예배당 뒤에 마련된 유아실이었다. 다행히도 여긴 바닥을 데울 수 있는 곳이더라. 한 큐에 잠도 빨래도 모두 해결된 것이다. ~ 행복하다ㅋ

 

 

▲ 2015년에 낙동강에서 한강까지 자전겨어행을 할 때도 이 교회를 지나갔다. 반가운 마음에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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