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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토종단 - 79. 빈 공간을 간직하고 견뎌내기[여주 대신⇒양평](09.05.12.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79. 빈 공간을 간직하고 견뎌내기[여주 대신⇒양평](09.05.12.화)

건방진방랑자 2021. 2. 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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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을 간직하고 견뎌내기

 

 

교회 골방에서 잤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그곳. 안성 일죽면에서 잘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이런 기분에 익숙해지자 말했지만 쉽지가 않다.

 

 

▲ 목포에서 출발할 때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다.

 

 

 

외로움이 사무치는 여행

 

3주차 여행은 외로움과 친해지는 여행이 될 거 같다. 하긴 내가 2주차 때 워낙 대우받으며 다녔으니 그렇지 않은 상황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밖에선 물방울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안엔 나만이 홀로 누워있다. 꼭 내가 큰 방이라는 관(?)에 누인 시체 같다.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내린다. ~ 늘 외롭다 외롭다 했으면서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외로움과 대면해보기는 처음이다.

예전엔 이렇게 혼자 모든 세상의 외로움을 다 끌어안은 양 쓸쓸해 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젠 이런 모습도 괜찮다. 이런 어두운 모습도 내 모습의 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고독과 어떻게 벗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 난 지금 이 순간 고독과 악수하며 친해지고 있는 중이다.

 

 

살다보면 사무치게 외로운 날이 있다. 가족도 날 달래주지 못하고, 책읽기나 영화보기조차 귀찮은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나는 친구를 생각한다. 술이나 한잔하자고 할까? 그러나 이내 그만두고 만다. 가슴 한쪽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을 그냥 두기로 한다. 비어 있는 채로. 얼마간 비어 있는 채로 두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 빈공간을 간직하고 견뎌내는 일이다. 삶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좋은 친구는 그 빈공간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 공간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끝까지 지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승수, 돌베개출판사, 2006, 거문고 줄 꽂아놓고, PP 25

 

 

고독은 달리 말하면 청승 떠는 것인 양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마음의 간격을 두는 여유라 할 수 있다.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닫혀 있는 사람일수록 서로의 간격을 이해하질 못하고 간격을 메우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란 애초에 없다. 그러니 애쓰면 쓸수록 실망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마음을 채워주리라 기대하면 기대할수록 그러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원망은 커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고독을 인정하고 그 공간을 존중하는 자세가 있어야만 서로 상처 주지 않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내가 되기 위해서 빈 공간을 간직하고 견뎌내려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우의의 변신은 무죄

 

이불이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한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외로움과 함께 뜬눈으로 밤을 샐 뻔 했다. 잘 땐 이불을 똘똘 말고 잤다. 곧 따뜻해질 줄만 알았는데 따뜻해지긴 커녕 한기가 이불 속으로 들어오더라. 그래서 덜덜 떨면서 잤다. 한번 누우니 춥던 말던, 그냥 자게 되더라. 일어나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자면 더 포근하게 잘 수 있는데도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기도 후엔 결국 우의를 껴입었다. 그랬더니 딴 곳에서 자는 느낌이더라. 몸이 따뜻해지니 잠도 솔솔 오고 말이다. 새벽보다 더 맛있는 잠을 잘 수 있었다. 역시 우의의 변신은 끝이 없다^^

 

 

▲ 골방이란 조건과 비 오는 날이란 특성이 마주치니 엄청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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