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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80. 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80. 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건방진방랑자 2021. 2. 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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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좀 더 자고 싶었지만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거다.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그때 쪽문이 열리더니 전도사님이 꿀물 음료수를 주신다. 아무 이야기도 없이 대뜸 내밀기에 어찌나 놀랐던지. 그러고 나서 전도사님은 어디론가 가셨고 난 더이상 누워 있을 수 없어서 일어났다. 그때 시각은 730분쯤 되었나 보다.

 

 

 

건빵이 만난 사람: 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길을 나섰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배낭의 짐들을 비닐로 씌우고 우의를 입었다. ‘그냥 갈까? 아침 대용으로 김밥을 사갈까?’ 고민하는데 조금 가니 김밥집이 보이더라. 들어가 김밥 한 줄을 주문했다.

그때 아주머니께서 등산하러 가시나 봐요?”라고 물으신다. 이곳에는 등산하러 가시는 분이 많나 보다. 대부분 여행하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등산 가냐고 해서 놀랐다. “지금 국토종단 중이예요.”라고 대답하니 깜짝 놀라시며 걸어서만 하는 거예요?”라고 되물으신다. 좀 멋쩍은 듯 당연히 걸어서만 하죠.”라고 대답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대화가 시작되면 경로를 물어보고 대단하다는 말로 끝을 맺곤 한다. 그만큼 묻는 당사자에겐 이와 같은 국토종단이 의미 없다고 느껴지거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의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게 된 거예요?”라며 다시 물으셨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의 의도가 궁금할 텐데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인지 굳이 물으려 하지 않는데 아주머니는 당차시게도(?) 토끼 같은 눈으로 물어보셨다.

그래서 난 지금껏 너무 좁은 세상이 전부인 양 산 거 같아서 넓은 세상을 알고자 걷게 되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하신 아주머니의 대답이 참 의미심장했다. “난 이 작은 동네도 못 벗어나 보고 살았어. 돈이 뭔지? 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욕심엔 끝이 없으니 늘 이렇게만 살아.” 왠지 서글픔이 묻어나는 이야기고 대부분이 공감할만한 이야기였다.

 

 

▲ 나의 아침, 김밥 한 줄, 비스켓 하나, 꿀물 하나가 있으면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 된다.

 

 

 

건빵이 만난 사람: 여행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

 

그 대답을 듣고 생각난 사람은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이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애쓰지 않았다. 돈을 번다는 것은 한도가 없는 게임이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애쓰는 대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년 1년을 그럭저럭 지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이 얼마지?” 우리는 모든 계획과 목표를 고려하여 필요한 현금액수를 정한 뒤, 그 액수를 벌어들일 수 있을 만큼만 환금 작물을 생산했다. 그리고 일단 목표액이 채워지면 다음해 예산을 세울 때까지 생산을 중단했다.

-스콧니어링 자서전, 스콧니어링, 실천문학사, pp 379

 

 

그는 아내와 함께 외딴곳에서 산다. 노동과 삶이 조화된 인생을 살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내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을 위해 쓴다. 욕망에 끌려다니는 일상적인 삶에서 일찌감치 탈주하여 생의 행복을 위해 살았던 것이다.

과연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더 나아지려는 욕망 때문에 끊임없이 현실을 옥죈 채 달달 볶을 테니 말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취업난에 시달리고 하루하루가 불안한 현실에선 더욱 만족보단 불만족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스콧처럼 살려면 불안은 떼쳐버리고 욕망은 누그러뜨려야 한다. 그리고 그게 매번 매 순간 계속 되어야 한다. 지금의 국토종단을 하는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늘 견지(堅持)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때에만 겨우 그런 삶을 흉내내나 낼 수 있으리라.

아주머니의 그 말 속엔 나를 대단한 사람인 양 보는 마음도 읽혔고 자신의 쳇바퀴 같은 삶에 대해 자조하는 마음도 읽혔다. 인생엔 돈이나 명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도 많다. 이 여행을 통해 그런 일상적인 가치 너머의 삶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야말로 이 여행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네 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인용

목차

사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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