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롭던 오후의 가평여행
오후 2시쯤에야 가평에 들어서 백반으로 아ㆍ점을 먹었다. 한가득 나온 반찬을 다 먹으려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영향소를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는 여행이기에 밥 먹을 때만큼은 나오는 반찬을 골고루 먹으려 한다. 이런 고른 영향소들이 나를 건강하게 도우며 국토종단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같은 음료가 왜 가게마다 가격이 다를까?
막 걷다 보니 갈증이 밀려온다. 음료수를 살 곳이 없을까 찾으니 저 멀리 휴게소가 보인다. 지금까진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하나로 마트 등의 큰 슈퍼만 들어갔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이곳을 지나치면 슈퍼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들어갔다.
늘 사곤 하던 500ml 음료수를 사고 계산을 하려 하니, 글쎄 1500원이란다. 이게 웬 ‘강아지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마트에선 950원이었고 일반 슈퍼에선 1200원이었는데 휴게소라는 이유로 이렇게 폭리를 취해도 된다는 말인가? 같은 한국 땅인데 가격이 이렇게 들쭉날쭉 한다. 하지만 어쩔 텐가? 목이 마르니 눈물을 머금고 사는 수밖에는. 사자마자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셨다. 탄산음료의 달콤한 향과 짜릿한 맛이 온 몸에 생기를 북돋워 준다. 캬~ 시원하다! 바로 이런 시원한 맛이 여행의 맛인지도 모르겠다.
중색에 잠자리를 얻다
길을 따라 가고 있었는데 중색 부근에 교회가 보이더라. 어차피 지나가는 길이기에 한 번 얘기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가봤다.
사정을 이러쿵저러쿵 말했더니, 다행히도 바로 승낙해 주시더라. 오늘은 예배당 의자를 돌려서 나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연기군에 있던 교회에서 이렇게 자야 한다고 했을 때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는 다른 교회로 옮겨 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헤매고 헤매다가 결국 목사님 댁에서 자긴 했지만. 그땐 참 여행을 쉽고 편하게만 하려 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이렇게 잘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곳에 교회가 많다 해도 자리를 옮기진 않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잘 것을 허락해줬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예배당은 2층이었는데 목사님은 밥을 쟁반에 차려서 2층까지 배달해주시기까지 하신다. 다 같이 삥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 아쉽더라. 그래서 나 혼자 쓸쓸히 앉아 밥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나선 바로 자리에 누웠다. 예배용 의자를 돌려서 만든 잠자리가 편할 리는 없다. 하지만 나름 괜찮다. 푹신푹신하여 이불을 돌돌 말으니 잠이 밀려온다. 나도 모르게 현실과 이상이 자꾸 겹쳐지더라. 여긴 어디더라...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점심 |
4.000원 |
음료수 |
2.000원 |
총합 |
6.000원 |
인용
'연재 > 여행 속에 답이 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 국토종단 - 91. 도착지가 있는 강원도에 입성하다 (0) | 2021.02.07 |
---|---|
2009년 국토종단 - 90. 한 걸음의 철학[가평⇒춘천](09.05.15.금) (0) | 2021.02.07 |
2009년 국토종단 - 88. 북한강과 남한강은 같지만 다르다 (0) | 2021.02.07 |
2009년 국토종단 - 87.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양평 서종⇒가평 중색](09.05.14.목) (0) | 2021.02.07 |
2009년 국토종단 - 86. 편의점보다 많아진 교회의 불편한 진실 (0) | 202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