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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람여행 - 6. 불통 속에 소통 상상하기(11.03.17.목)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6. 불통 속에 소통 상상하기(11.03.17.목)

건방진방랑자 2021. 2. 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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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속에 소통 상상하기

 

 

어떤 일이든 고비는 있게 마련이다. 그게 삶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도, 더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무작정 정면돌파를 하느냐, 백기투항 하느냐 하는 게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꼼꼼히 물어야 하며 내 마음을 요소요소 들여다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상황은 유동적이고 사람은 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순간을 어떻게 포착하여 조금이나마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맘과 같지 않은 상황은 자신의 생각에 집중케 하며 여행의 의미를 정립케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겪다 보니 당연히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냥 떠나는 여행과 충분히 의미를 부여하고 떠나는 여행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지금처럼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을 회피하려 하는 건 전혀 올바른 태도가 아니리라. 회피하려 하지 말고 직면하며,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자포자기(自暴自棄)하지 말고 여러 가능성을 열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대화를 한다고 착각하지만 독백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너를 위해라는 말의 뜻은 나를 위해

 

어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어머니의 반응이 영 안 좋았기 때문이다. 말을 들으려 하기보다 가지 말라는 입장만을 통보하는 식이었다.

가지 말라는 이유를 후쿠시마 원전 유출 사고에서 따왔다. 방사능 유출로 한국에서도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니 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나마 재작년 국토종단 땐 현실적인 문제(집 이사)로 만류하시더니, 지금은 방사능이라는 잠재적 위험 요소를 끌어와 만류하신다.

방송에 나오는 안심하세요라는 전문가들의 말이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습책일 거라 해도 어머니가 만류하는 이유가 참 궁색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일본도 아닌 한국 땅을 걷는 것이며, 일본의 방사능이 한국까지 덮치는 상황이라면 어디 할 것 없이 전북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이니 말이다. 거기에 덧붙여 하나 묻고 싶은 건, ‘내가 경남이나 전남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일 그만두고 올라오라고 하셨을까?’하는 거였다.

그런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만류하실 거면 차라리 차 사고 날까봐’ ‘강도 당할까봐’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 이루고 살지 못할까봐라는 이유를 대시는 게 더 그럴 듯해 보였다. , 어떤 이유를 끌어오시더라도 결국은 도보여행은 찬성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러면서 감정은 격해져 이제는 대화라기보다 비난이 먼저 앞선다. 그런 격한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도보여행이 그렇게 나쁜 짓인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어머니의 반응은 확실히 도가 넘은 것 같았다. 아마 거기엔 나에 대한 불만들이 응축되어 있는 건 아닐런지. 그런 상황이었기에 기분도 최악이었고 여러모로 다양한 감정들이 올라왔다. 이걸 나에 대한 배려이자 관심이라 생각하시는 걸 테지만 제발 너를 위해라는 합리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어머니, 자신을 위해 나의 손발을 묶는 것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 영향을 예측하는 기관마다 편차가 있다. 어느 게 진실일까? 그런데 2015년 현재, 한국은 원전 2기를 추가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방사능 유출 떠들더니, 결국 도루묵이다.

 

 

 

자의식을 벗고 소통하자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내 생각을 어떻게 관철시키느냐하는 것에 도보여행의 본질이 들어있다. 떠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든 윤리의식, 관념을 벗어버려라. 가벼워진 사람만이 떠날 수 있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자의식에 갇혀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며, 가능성도 닫혀버리고, 관계는 단절되어 버린다. 훌훌 벗어버리고 가볍게 날아오르자.

이 고비를 넘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무 미련 없이, 기대 없이, 과거에 대한 회한 없이 대화해보라. 말이 섞일 때 서로의 간극을 확인하여 언성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생각에 접점이 생기고 소통의 여지 또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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