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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5. 바람 불고, 우박이 떨어져도 날기 위해선 날갯짓을 해야 한다(11.03.16.수)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5. 바람 불고, 우박이 떨어져도 날기 위해선 날갯짓을 해야 한다(11.03.16.수)

건방진방랑자 2021. 2. 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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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고, 우박이 떨어져도 날기 위해선 날갯짓을 해야 한다

 

 

어떤 엄마는 딸이 시내에 나간다고 하니, 그것을 만류하며 밖에 나가면 얼마나 나쁜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아.”라고 말했고, 어떤 엄마는 아들이 두 번째 도보여행을 간다 하니, 그것을 만류하며 이렇게 시국이 어수선한데(구제역, 고물가, 일본 쓰나미로 인한 방사선 유출) 어딜 가려고! 내년에 안정되면 가!”라고 말했다.

 

 

▲ 어떤 일이든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훨씬 많은 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또한 그 이유 중 하나다.

 

 

 

부리를 꺾고 날개를 꺾고 손발을 묶다

 

라푼젤이란 애니메이션을 봤다. 공주는 높은 탑에서 엄마와 함께 산다. 바깥세상이라곤 창문을 통해 보는 게 전부다. 잘 때마다 천정에 도배된 별 부스러기 벽지를 보며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그래서 숙녀가 된 어느 날 엄마에게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엄마가 하는 말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엄만 다 알아. 너무 무서운 바깥세상. 엄만 다 알아. 까딱 잘못하면 신세를 망쳐. 도둑에 강도, 아주 나쁜 독초, 들짐승과 뱀, 험상궂은 사내도. 제발 내 속 그만 썩여라. 엄마 여기 있잖아. 엄마가 너를 지켜줄게. 얘야 내 말 좀 들어봐. 엄마 곁을 떠나지 말아라. 엄만 모두 알아.

 

 

온갖 최악의 상황들을 다 끄집어내어 바깥세상을 생지옥처럼 묘사하고 익명의 군중을 범죄자로 규정한다. 그 말을 들은 딸은 곧이곧대로 믿으며, 그런 최악의 상황에 처하지 않은 자신을 축복하며 꿈을 고이 접는다.

그런데 실상 이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엄마의 저의가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딸에 대한 걱정이기보다 자신에 대한 생각이 앞선 까닭이다.

 

 

▲ 이 영화는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규정 지을 수 없는 복잡다단한 세상

 

어른들의 얘기가 무조건 다 맞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얘기를 충실히 따르기보다 자신이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사람 관계는 어떻게 할지 충분히 느껴보고 경험해보면서 터득해야 한다.

막상 세상에 나서보면 누구의 말마따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 토마스 홉스)’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 도와가며 살기도 하고, 누구의 말마따나 대동사회(大同社會)[각주:1]란 이상향이 무색할 정도로 이기적으로 자기 것만 챙기며 살기도 한다. 이런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보며,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또한 좋은 사람일지라도 상황에 따라 모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나쁜 사람도 상황에 따라 좋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규정 짓지 않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나 자신도 여러 모습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오죽할까.

그런데 어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상기하며 세상을 등질 것이며 어찌 대동사회를 상기하며 낙관적인 전망만 할 것인가. 모든 생각들을 집어치우고 온몸으로 그 한복판에 뛰어들어볼밖에.

 

 

▲ 홉스가 말한 서로 죽고 죽이는 야만의 사회도, 유가들이 말한 더불어 함께 사는 이상적인 사회도 아니다. 그렇기에 세상에 나가야 한다.

 

 

 

날기 위해선 부단히 날갯짓을 해야 한다

 

처음 예로 들었던 엄마들의 이야기는 결국 자식에 대한 걱정에서 나온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너를 위해라는 합리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생 방안퉁수로 만들어 평생 자식을 뒷바라지하며 살려는 마음이 없다면 말이다.

온갖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하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그래서 무언가 하려는 의지조차 하지 않는 반거충이로 만들어 놓고선 나중엔 넌 왜 아무 것도 못하냐..”고 야단친다면, 자식 입장에서도 참 억울할 것이다. 그런 건 자식에 대한 걱정이기 이전에 엄마의 생각을 잘 따르는 인형이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덧붙여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냐? 그렇게 꼭 이기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다 해야 하니?”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대체 도보여행이 얼마나 이기적인 일인지 잘 모르겠을 뿐더러, 그런 비난이 참 거시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색적인 비난을 받으면 받을수록 오히려 더 맘이 굳건해진다. 애초에 선선한 승낙이나 잘하고 오라는 격려를 바랐던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비난까진 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내 의중은 중요하지 않고 외부의 시선만 고집하려는 이기심이지 않을까. 설혹 내가 여기서 물러선다 해도 그게 상호간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평소 원망만 남을 텐데 말이다.

 

 

▲ 날개를 펴려 하지만, 그래서 날려 하지만 날지 못하게 하는 것들은 도처에 깔렸다. 그래도 날갯짓을 멈춰선 안 된다.

 

 

인용

목차

사진

 
  1. 대도가 행하여지면 천하가 공정하게 되어 어질고 유능한 인재가 쓰이고 신의가 존중받고 화목하여 진다(大道之行也, 天下爲公, 進賢與能, 講信修睦). 그렇기 때문에 자기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노인들은 여생을 편히 마치며 청년들은 일자리가 있으며 어린이들은 안전히 자란다. 홀아비와 홀어미, 부모가 없는 아이와 자식이 없는 노인, 의지할 곳 없는 사람 병이 든 사람 모두 도움을 받는다. 남자는 일할 곳이 있고 여자는 결혼할 곳이 있다(故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 使老有所終, 壯有所用, 幼有所長. 矜寡孤獨廢疾者皆有所養. 男有分, 女有歸). 돈이 땅에 버려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자기가 가지려 하지 않으며, 권력이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을 미워하지만 자기만을 위해 쓰지 않는다(貨惡其棄於地也, 不必藏於己, 力惡其不出於身也, 不必爲己). 이 때문에 모함 따위가 일어나지 않고 도적과 절도범, 국정을 어지럽히는 신하들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니 문을 닫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를 ‘대동’이라 한다(是故謀閉而不興, 盜竊亂賊而不作, 故外戶而不閉. 是謂大同). 『예기(禮記)』 「예운(禮運)」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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