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No!’라 외칠 때 난 ‘Yes!’라 외치다
28일에 가는 것으로 기정사실화되었다. 더 이상 후쿠시마 원전 방송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다른 장애물도 없다. 어머니도 지레 포기하신 듯하다. 그렇다면 이젠 떠날 준비만 하면 된다.
‘나 좋으려 여행 떠난다’에 대한 항변
그런데 이쯤에서 밝혀야 할 것이 있다. 누군 ‘자기만 좋으려, 현실을 회피하려 여행을 떠난다’고 말을 하며 한껏 힐난한다. 뭐 여행의 정의 중에 그런 속성이 있으니 꼭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심각한 오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돈을 한 아름 안고 가 정해진 코스를 따라 즐기면서 돈을 뿌리고 가는 여행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돈도 많지 않을뿐더러 모든 걸 내걸고 가는 것이다.
도보여행의 속성상, 무계획적인 여행의 속성상 행복감은 상황에 맞닥뜨려 성취되었을 때 생기는 감정이지, 떠났기 때문에 자연스레 느껴지는 감정은 아니다. 즉, 무엇 하나 정해져 있지 않기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부단히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만 좋으려 떠난다’는 말은 합당하지 않다.
더욱이 두 번째로 떠나는 여행이다. 더 이상 첫 여행을 떠나기 전에 느꼈던 낭만이랄지, 기대는 없다. 첫 여행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눌 수 있다면, 전반기엔 여행의 생소함과 도전의 즐거움을 함께 느끼던 순간이었고 후반기엔 여행의 관성, 타성에 젖어 끝마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순간이었다. 당연히 여행의 질은 현격하게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이번에 하게 되는 여행도 관성에 따른 ‘지루한 여행’을 하게 되든, 도전과 파격이 가득한 ‘가슴 벅찬 여행’을 하게 되든 할 것이다. 솔직히 지금은 ‘지루한 여행’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리고 첫 여행의 안 좋은 순간들이 스치며 두렵기까지 하다.
결국 어떤 일이든 쉬운 결정은 없다는 것이다. 이제 다잡아야 할 것은 내 마음이며, 기대도 하지 않되 비관도 하지 않도록 내 마음을 놓아주어야 한다.
현실적인 장벽을 뚫고 떠난다
더욱이 현실적인 상황은 좋지 않다. 돈이 여유가 없기에 막상 여행이 잘 끝난다 해도 빈털터리가 될 터이다. 거기에 다달이 십 몇 만원씩 학자금 대출한 돈이 나간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을 가는 건 자살행위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금보다 더 여유가 있었던 첫 여행에서도 여행이 끝나고 나서는 돈 때문에 한동안 빌빌거리며 죽는 소리를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떠나려 맘먹은 데엔 새로운 가능성을 몸으로 부딪치며 얻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솟아날 구멍이 없는 상황에서 거리를 나설 때 무언가 다른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더 가벼워져야 한다고 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여행 중에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어야 하며 잘 여행이 끝났다손 치더라도 모든 게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젠 누구 말마따나 ‘결단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한문 전공을 기본으로 어떤 미래,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 지 진정 고민해야 한다. 국토종단은 꼭 꼭 닫아 걸던 나를 개방하는 순간이었다면, 사람여행은 교사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되어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최적의 상황이란 내가 만든 상황일 테다. 그리고 내가 그 상황 속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 테다. 지금이 나에겐 최적의 상황일까. 바로 그걸 알고 싶어 ‘쉬운 결정’이 아님에도 난 맘을 다져 결정을 했다. 이젠 이 길이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련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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