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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25. 증여는 연결하고 교환은 분리한다[밀양⇒청도 매전](11.04.01.금)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25. 증여는 연결하고 교환은 분리한다[밀양⇒청도 매전](11.04.01.금)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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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는 연결하고 교환은 분리한다

 

 

아침이 되어 소파도 원래 자리로 놓고 난로도 옮겼다. 불청객이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출발하려 했다. 씻고 돌아와 보니, 글쎄 테이블에 아침 식사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바로 그분이 손수 차려 주신 것이다.

그리고 떠날 때는 배웅까지 해주시며, 경주까지 가는 길을 자세하게 알려주시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하시더라.

 

 

▲ 밀양⇒청도 매전

 

 

 

사람여행: 증여의 삶

 

그때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셨다. 무언가를 받은 만큼 그걸 준 사람에게 되갚아 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라는 것이다. 서양식의 얄팍한 논리인 받은 만큼 준다(Give & Take)’교환논리가 아닌, ‘모든 것들은 소유되지 않고 순환한다증여논리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도움론엔 나도 동감이다.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 썩듯이, 재능이나 돈, 역량도 움켜쥐려고만 하면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걸 필요한 곳에 흘려보낼 수 있을 때, 삶이 무르익는 법이다. 돈을 버는 법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더 고민해야 하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난 이분에게서 바로 그런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아는 체하며, 온갖 현란한 언어를 구사하는 골방 철학자보다 자신의 삶 속에서 가치를 만들고 그걸 추구하고 있는 이런 분이 진실한 철학자이지 않을까. 바로 이분의 성함은 김희호(김 성바오로)씨다. “성바오로님 덕에 사람여행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고 성당에 대해서도 좋은 이미지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생각도 못했는데 아침을 챙겨주셨다. 가득 담긴 밥만 봐도 절로 배부른다. 역시 여행 중엔 아침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

 

 

시간에 쫓겨 살기보다 누리며 살기

 

밀양에서 청도 매전까지 걷는 길은 영락없는 시골길이다. 부산에서 시작하여 김해를 거쳐 밀양까지 오는 길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길이었는데, 이런 길을 처음 걷게 되니 절로 휘파람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거기에 아침까지 든든히 먹고 출발하니 세상도 아름다워 보이고, 여행할 맛도 나더라.

 

 

▲ 모처럼만에 차를 위한 도로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로를 걷는다.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가만히 있으면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다. 아침을 좀 맵게 먹었기 때문인지, 기분이 한껏 업되었기 때문인지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는 도중 큰 슈퍼는 보이지 않아 정유소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맥주와 치토스를 샀다. 정자에 올라앉아 펼쳐놓고 봄기운을 만끽하며 먹고 마신다. 그때의 기분이란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무언가에 구애됨 없이 시간을 누리고 자연을 즐기며 시원한 맥주 한 캔 들이키는 게 아니겠는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 행복이란 게 뭐 특별한 게 있나. 과자 하나와 맥주 한 캔이면 행복은 절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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