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신공항 백지화와 도시 발전의 비전
성당을 관리하시는 분들과 저녁을 먹으며 공항 백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백지화 되어 시끄러울 줄만 알았는데 막상 시내에 들어서니 조용하네요.”라는 말로 말문을 연 것이다. 세 분 중 두 분은 꽤 격앙된 목소리로 “수도권 의원들의 제지로 어느 쪽에도 손들어주지 못했던 거야. 이것이야말로 영남을 깔보는 처사라니까”라며 MB정권을 성토했다.
신공항 백지화는 밀양이 어떤 도시로 발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
그래서 “밀양에 공항이 들어서면 어떤 것들이 좋아지는 거예요?”라고 물으니, 정확한 내용은 모르는 듯했다. 단지 지역 경제가 침체되어 있기에 무엇이든 하길 바라는 심리가 느껴졌을 뿐이다.
진영에서 밀양까지 걸어오면서 피부로 느껴졌던 건, 밀양이 진영에 비해서도 침체되어 있다는 거였다. 더욱이 근접 지역인 대구ㆍ김해 등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낙후되어 있으니 상대적인 박탈감도 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와 같은 박탈감이 신공항문제로 발산된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모두 공항 유치만을 외치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공항이 유치된다 해도 밀양에 이주할 사람들은 별로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항 유치는 밀양에 나쁜 영향만 끼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도 있었다. “그러지 말고 밀양 시장이 MB와 단독 대면 해가. ‘각하! 공항 포기할 테니, 다른 것 주쇼!’하고 딜(deal)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오히려 공항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 되었든 토목공사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토목공사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훗날엔 더 큰 재앙만 있을 뿐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미래를 가능성을 막아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 아닐까. 이런 걸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하던가.
차라리 그런 식으로 특색 없는 도시를 만들려 할 것이 아니라 밀양만의 특색을 잘 살려서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슬로우시티(Slow City)’와 같이 자연과 전통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밀양아리랑’ 같은 문화자원을 활성화하여 도시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다. 거기에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복지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면, 외지인들에게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들 것이다.
단지 문제는 ‘어떠한 시정 패러다임을 지니고 있는가?’하는 것이고, ‘어떤 도시비젼이 있는가?’하는 것이다. 그것만 확실히 자리 잡힌다면, 예산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비전을 밀양시민들이 품을 수 있을 때, 밀양에도 새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다.
신공항과 새만금은 정치놀음
‘공항 백지화’ 이슈를 보고 있노라니, 전북의 새만금 문제가 생각났다. 그때도 그게 모든 전북인의 염원인 것처럼 떠들어 대는 매체와 정치인들이 있었다. 오랜 지역차별의 설움이 전북인들에겐 새만금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게 되면 과연 뭐가 좋은지 알지 못한 채, 단지 대형 국책사업으로 인해 돈이 흘러들어오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에 기뻐했을 뿐이다.
결국 참여정부 때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공사가 진행되었고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이런 토목공사로 이득을 본 사람들은 돈을 가진 몇몇일 뿐이다. 대부분은 하나 뿐인 생명의 보고인 갯벌을 잃었으며 바다의 자원과 천해의 자연경관을 잃었다.
장밋빛 전망이야말로 로또에 다름 아니다. 장밋빛 전망을 꿈꾸다 쓸쓸히 죽던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질’ 정도로 재수가 좋아 대박을 맞던지 둘 중의 하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밀양과 가덕도를 휩쓴 장밋빛 전망도 새만금의 연장선일 뿐이다. 욕심 때문에 불행을 반복해선 안 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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