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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47. 좋은 것도 고착되면 나쁜 것이 된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47. 좋은 것도 고착되면 나쁜 것이 된다

건방진방랑자 2021. 2. 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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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도 고착되면 나쁜 것이 된다

 

 

아들이 쓰는 방에서 자게 됐다. 침대도 있고 안락하니 좋다. 따뜻한 물도 나와서 샤워까지 말끔히 할 수 있었다. 민가에서 자게 되면, 여행기를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 경험담을 들으며 사람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여행: 사람여행의 이유, 어우러지기

 

거실에서 TV를 같이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문을 열고 옆방으로 건너가니, 장로님 혼자서 TV를 보고 계시더라. 가족이 다 같이 있는데, 혼자만 TV를 보고 계시는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런 걸 군중 속의 고독이라 할 수 있으려나. 그래서 거실로 가지 않고 장로님 옆에 앉아 이것저것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로님은 77살이라고 하셨다. 젊었을 때 위가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단다. 그런데도 담배와 술을 끊을 수 없었고 늘 입에 달고 사셨단다. 그러다가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위도 완치되었고 담배와 술도 끊게 되었단다.

건강이 좋아졌다는 건, 어찌 보면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 전에 이미 교회에 다니며 마음의 안정 같은 것을 얻었기에 맘의 변화에 따라 몸의 변화도 나타난 것이리라. 교회에 다니면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노라고 회고하셨다. 힘든 일상 중 유일한 낙이였노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열심히 교회에 나갔고 결국 장로라는 직책까지 받게 되셨단다.

 

 

 

사람여행: 종교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이런 것을 통해 봤을 때, 종교도 분명히 순기능이 있다. 이런 것들에 의존하지 않으셨으면, 알콜 중독이 되셨을 수도 있고 도박에 빠지셨을 수도 있다. 종교를 믿게 되면서 건강도 되찾고 얼굴도 몰라보게 밝아졌으니 홍해가 갈라진 것 이상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장로님도 40살이 넘어서 믿게 되었고 기복신앙적 믿음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거기엔 어떤 합리적인 신앙심도, 의문을 통해 성장하는 믿음도 없이 그저 믿고 의지하면 잘 될 거라는 확신만 있었기 때문이다. 장로님의 만사기독통(萬事基督通)”이라 외치는 분위기에 자식들은 질려서 믿지 않았고, 장로님은 믿지 못하는 자식들이 못마땅하게 여기셨던 것이다.

종교란 것이 어느 순간엔 한 사람을 건져내는 놀라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게 고착되면 맹신나 광신이 될 수도 있다. 그 순간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게 되고 홀로 자아도취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장로님의 이야기를 통해 종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가능성은 초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였기에 자신의 소통역량이 커지는 데서 비롯되며, 한계는 중기 이후 고착되며 하나의 가치관에 함몰되어 소통의 가능성을 닫아버린 데서 비롯된다. 장로님이 쓸쓸해 보였던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던 것이다.

장로님과 1시간 정도 이야기하고 방으로 다시 왔다. 어제는 창고에서 잤고, 오늘은 방에서 잔다. 한기를 걱정할 필요도, 먼지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좋다 좋아~ (21:45)

 

 

▲ 함께 있기 때문에 고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함께 있기에 더 고독하다.

 

 

 

지출내역

 

내용

금액

식빵+과자+맥주

4.000

일일 총합

4.000

총 지출

48.500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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