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 내밀기와 도움의 손길 잡기
오늘도 길을 나선다. 좀 더울 거라지만 아침에는 약간 춥다. 오늘은 봉화읍까지만 갈 생각이다. 멀지 않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한결 가볍다. 이제 즐기며 가기만 하면 된다. 일요일이니만치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점심도 거기서 해결해야지. 저번 주 일요일에도 이런 생각으로 걸었었는데 교회가 보이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 이번에는 부디 지나는 길에 교회가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처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다
봉화읍도 코앞이고 마음도 한결 여유롭다 보니 지나가는 풍경들이 새롭다. 어떤 광경이냐? 농사짓는 광경. 그동안은 내가 가야 할 길이 바빴기에 농사일하시는 분들에게 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한들 뭐할 텐가. 조금 일찍 도착했다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잖은가. 더욱이 이번 여행을 떠나며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그분들이 하시는 일도 같이 해보려고요”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막상 걷기 시작하니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 싶게 걷기만 바빴다. 굳이 이번 여행을 ‘사람여행’이라고 표현하면서까지 국토종단과 차별화를 하려 했는데, 그다지 차별화에 성공하진 못한 듯하다. 누군가 손을 내밀 거라고 기대하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 여행한다고 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하다.
그런 생각을 두서없이 하고 있을 때, 노인 네 분이서 일하는 곳을 지나게 됐다. ‘그렇지. 딱 좋네. 여기서 한번 실천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서 가던 길을 멈추고 밭으로 향했다. 어르신들은 밭 한복판으로 걸어오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뭐 어쩔 텐가, 이런 어색한 시간을 넘어서야 친해질 수 있는 것을.
근처에 가서 “안녕하세요! 도보여행 중인 사람인데요. 지나가다가 일하는 모습이 보여서 뭐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 하고 들어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얘기만으로도 고맙다며 지금은 일이 없노라고 괜찮다고 하시는 거다. 생각 같아선 같이 일하고 밥도 먹으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어쨌든 새로운 생각을 했고, 이렇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이제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니 말이다.
한국 교회의 여러 형태
시간은 10시 30분이 되었다. 다행히도 교회가 두 군데나 보이더라. 길가에 있는 교회로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 지금껏 잠자리를 청했던 교회들은 골라서 들어간 게 아니라 단지 지나가는 자리에 그 교회가 있었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흥미롭게도 묵은 교회 대부분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였고 어제 묵은 교회만 유일하게 ‘침례교’였다. 역시 ‘대한예수교장로회’가 한국 기독교의 대표주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실상 알고 보면 대한예수교장로회도 3개의 교파로 나눠지며 그 교파 안에서도 160개 정도로 분파된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묵은 곳이 모두 다 같은 교단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예배 시간이 되어 들어간 교회는 이제까지 경험한 교회와 완전 달랐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교회였을까?
보통 예배드리기 30분 전에는 준비찬송을 하거나,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기도를 한다. 이게 일반교회의 모습인데, 이번에 들어간 교회는 그러지 않았다. 딱 문을 열고 들어서니, 교회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없고 몇 분이서 청소하고 계시더라. 난 ‘정결한 예배를 위해 목욕재계하듯 교회도 청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청소를 도왔다. 그러다 일반교회와는 다른 낌새를 느끼게 된 건, “오늘은 예배드리지 않아요”라는 말을 듣게 되고부터다. 순간 이게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무의식적으로 일반교회의 룰에 익숙한 나머지 일요일에 예배드리지 않는 교회도 있다는 사실을 의식 속에서 지워냈기 때문이다. 그때 집사님이 오시더니 날 데리고 밖으로 나가 한참이나 이야기해 주셨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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