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수고했어 오늘도
어느덧 해는 저물어 석양빛이 짙게 물들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한 둘씩 집으로 들어가 공터는 썰렁해졌다. 다시 사택으로 가보니,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집에 불이 켜져 있지 뭔가. 그렇다면 아까부터 사람이 있었다는 얘긴데, 왜 초인종을 눌렀을 때 아무도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쉽게 잠자리를 구하다
그런 의구심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그랬더니,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나오더라. 사정을 이야기하니, 목사님에게 전화해보겠다며 안으로 들어와 기다리란다. 켜져 있는 티비를 보며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목사님이 오셨고 바로 승낙해주셨다.
목사님은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쇼파에 푹 파묻혀 귀찮은 말투로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왠지 ‘밥벌이의 지겨움’ 같은 게 느껴졌다. 목회활동에 대한 열정을 불살라 한껏 지쳐버린 것 같은, 삶에 대한 정열도 사그라들어 하던 일이기에 하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자다
오늘 내가 자야 할 곳은 교회 기도실이다. 아무 난방장치가 없는 곳이기에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자야 한다. 영덕 인량 교회에서 방심한 탓에 추위에 떨며 잔 기억이 있으니,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자야 했다. 다행히도 교회 창고엔 이불이 한가득 있었다. 한기를 막기 위해 두꺼운 요를 세 겹이나 깔았고 이불도 세 겹이나 덮었다. 그럼에도 추울까 걱정이 되어 양말을 신고 외투까지 입었다. 우의까지 입고 잘까 고민했지만 저번보다 완벽히 준비했기에 오버하지 않기로 했다.
스탠드형 난방기구가 있긴 했지만 화력은 그다지 세지 않고 밤새도록 켜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단단히 채비를 하고서 누우니 은근히 덥기까지 하더라. 솔직히 더운 건지, 답답한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어쨌든 춥진 않았기에 양말과 외투를 벗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제야 내 방에서 누운 것마냥 포근하고 안락하더라. 서서히 잠이 온다. 지쳐 버린 목사님께도, 그리고 오늘 하루 열심히 걸어온 나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 자라!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없음 |
0원 |
일일 총합 |
0원 |
총 지출 |
48.5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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