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2. 사람여행에 대해 정의하기(11.01.10.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2. 사람여행에 대해 정의하기(11.01.10.월)

건방진방랑자 2021. 2. 14. 09:57
728x90
반응형

사람여행에 대해 정의하기

 

 

2009년에 국토종단을 떠난 후 2년이나 지나 도보여행을 다시 떠나겠다고 생각한 일은 갑작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어느 계기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갑작스럽되 예정된 사람여행

 

다만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만한 걸 찾고 싶었다. 여기서 있자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건 이미 정해진 한계 내에서 현실 순응하는 일일 뿐, 좌충우돌하는 게 아니었으니 성에 찰 리 없었다. ‘지금 겪어야 할 일이라면 미루거나 겪지 않도록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겪자라는 생각을 평소부터 하고 있었다. 한참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을 때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말이다.

물론 좌충우돌하지 않는 편안한 길을 찾지 않은 건 아니다. 아마도 임용에 합격했다면 이런 고민 따위는 당연히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하게 되더라도 헛된 것쯤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정말로 예전엔 여러 고민을 하고 힘들게 돌아가느니 편하고 빠른 길로 가자는 생각으로 살았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기존의 꿈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고 그런 와중에 도보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으니,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갑작스럽되 예정되어 있던 도보여행이라니. 이 말 자체가 모순적이지만, 이 말을 통해 절실한 감정이 느껴진다.

 

 

▲ 2006년에 고창 신림중학교 실습을 나가 만났던 아이들. 이 길에서 성공했다면 지금 같은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정으로써의 사람여행을 바라며

 

국토종단과 사람여행의 의미는 다르다. 같은 방식의 여행이지만 떠나는 이유가 다르고 성취하고 싶은 게 다르다.

국토종단은 다양한 경험을, 소통을 하고 싶어 떠났다. 그건 곧 한번도 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개척함으로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한 것이다. 그 가능성이란 임용의 합격 여부였다.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그런 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갖고자 했다. 임용고사에 힘을 실어주고 교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희귀체험(稀貴體驗)’으로써의 도보여행이었던 셈이다.

그에 반해 사람여행은 구도(求道)의 맘가짐으로 떠나고자 한다. 모든 게 미지수인 상황이기에 잃을 것도, 놓칠 것도 없으니 생각한 그대로 행동하면 된다. 고로 한순간, 한순간이 나에게 소중할 뿐 다른 건 없다.

사람여행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걷는 게 목적이 아니다. 점과 점으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선과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 과정속에 겪게 되는 어떠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는 모든 상황에 맘을 열고 다가가는 -세상의 대화로써의 도보여행이라 할 수 있다. 국토종단을 통해 이러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얼마를 걷고 어디에 도착했느냐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어느 정도 강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느냐가 중요하다. 결과로써의 여행을 지나 과정으로써의 여행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목표다.

 

 

 

곱지 않은 시선과 불안을 인정할 때 비로소 길이 보인다

 

그런데 오늘 안 좋은 소리를 두 번이나 들었다. 누군 이런 결정이 답답해 보인다고 하며 참 철이 덜 들었다비현실적이라고 했고, 누군 쓸데없는 짓이라고 했다.

이 말들에 동요하게 되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막상 떠나겠다고 맘먹은 이 순간에도 국토종단 중 힘든 일(고창에서 헤맨 일, 공주에서 잠잘 곳을 얻지 못해 추위에 떨던 일 )이 떠오르며 불안이 극대화되기도 한다. 거기에 사람들 반응까지 부정적이니, 흔들리는 마음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정말 현실을 회피하려 다시 이렇게 도망치는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엉뚱하게 사는 삶을 동경하는 것인가?

하지만 안다. 어떤 경우든 자신이 진정 원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을 수 없다는 걸 말이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싸워야 함과 동시에 내부의 불안이 만들어내는 망상과도 싸워야 한다. 내외의 싸움에서 모두 이겨나갈 때 비로소 길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생각을 더욱 깊이 밀고 들어가려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좀 더 진솔해져 보자. (22:43)

 

 

▲ 걸음걸음에 지금의 온갖 감정을 담아보련다.

 

 

인용

목차

사진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