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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61. 영월 KBS 방송국을 굳이 찾아간 이유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61. 영월 KBS 방송국을 굳이 찾아간 이유

건방진방랑자 2021. 2. 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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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KBS 방송국을 굳이 찾아간 이유

 

 

영월읍내로 들어서니, KBS 방송국의 위치를 알려주는 팻말이 보인다. 여기야말로 라디오스타의 중심 촬영지다. 그 영화 때문에 영월을 찾아왔는데 어찌 이곳을 보지 않고 그냥 가랴.

 

 

▲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둘러 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KBS 영월 방송국

 

방송국으로 올라가는 길의 오른쪽엔 유유히 동강이 흐르고 있다. 해질녘의 싸늘한 강바람을 맞으며 오르니, 꼭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 길을 따라 박민수(안성기 분)와 최곤(박중훈 분)이 오를 때면 어느샌가 이스트리버(노브레인)가 따라붙어 노래를 한 곡만 부르게 해달라느니, 홈페이지를 개설했다느니, 100일 기념 콘서트를 열겠다느니 하는 여러 제안을 해왔었다. 화면에 나타난 길은 꽤나 넓어 보였는데(차가 두 대 정도는 지나가는 길), 현실의 길은 차 한 대가 지날 정도로 좁았다. 영상이 현실을 압도한다는 건 바로 이런 경우일 것이다.

방송국에 다가서니 철문이 굳게 잠겨 있다. 영화에서도 원주방송국과 통폐합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지금은 정말 통폐합이 되었나 보다. 문을 닫은 지 꽤 되는지 사람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멀리서나마 방송국 건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서늘한 강바람과 함께 서글픔 같은 게 어리는 듯도 하더라.

 

 

▲ 한 때는 이곳의 문화를 만들어 가던 곳이었을 텐데, 지금은 쇠락한 공간일 뿐이다.

 

 

 

만남과 어우러짐의 향연

 

이곳에 처음 올 때 만해도 최곤은 과거에 사는 사람이었다. 생각이 과거의 추억에 머물러 있는 비현실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니 현실은 더욱 불만스러워 삐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최곤은 마지못해 영월행을 택한다. 딱히 자신을 찾아주는 없었기 때문이고 연달아 친 사고로 가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 최곤의 영월행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았다. 낯선 장소, 낯선 만남이 그에겐 축복일까 저주일까?

 

 

▲ 과거의 영광 속에서 살던 최곤이 어쩔 수 없이 영월에 오게 된다.

 

 

처음엔 좌충우돌하며 못마땅한 현실에 한껏 저주를 퍼붓는다. 하지만 영월에만 방송되는 라디오를 통해 영월 사람들과 마주치고 공감하면서 점차 현재의 자신을 찾아가게 된다.

더욱이 박민수 매니저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곤은 박민수를 나쁜 길(대중가수)로 이끈 나쁜 사람이자, 자신의 명의를 사칭하여 이득을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성공은 오로지 자신의 끼와 재능으로 이룬 것이지 박민수는 자신에게 빌붙어 사는 존재로만 여겼던 것이다. 영월 별마로 천문대에서 박민수는 최곤에게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라고 말할 때만 해도 최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최민수는 진즉부터 이 얘길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에도 최곤은 이 말뜻을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현재의 소중함, 주위에 있는 사람이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박민수를 다시 보게 된다. 더욱이 대형기획사의 이적 제안이 있고 박민수가 떠나자 그제야 예전에 별마로 천문대에서 들었던 말의 뜻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 와서 좀 비춰주라.”라고 라디오를 통해 심경을 고백하게 된 것이다.

 

 

▲ 떠난 후에야, 없어진 후에야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 줄 알게 되는 게 사람이다. 빛을 주던 존재가 사라지자 그제야 자긴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알았다.

 

 

여기서 별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관심 받는 ‘star’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이 그렇고, 대중적인 스타가 그렇듯 그 혼자만으로는 빛이 나지 않는다. 옆에서 묵묵히 빛을 비춰주는 존재들이 있어야만 비로소 빛이 난다. 그와 같은 생각의 변화가 영월행을 단행하며 얻은 깨달음인 셈이다.

영화는 방송국 앞에서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났던 장면이다.

 

 

▲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두 가지 메시지

 

이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이다. 볼 때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버무려진 영상미는 가슴의 어느 한 부분을 파고든다. 거만한 마음이 들 때마다, 과거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이 영화를 보며 힘을 얻곤 했다. 내가 이룬 성취일지라도 그건 결코 나 혼자만이 이룬 것은 아닐뿐더러, 과거에 머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앞을 향해 새로운 관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2시간 동안 여실히 보여준다.

사람여행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전해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여행 내내 뭇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뭇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힘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여행은 곧 라디오스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뜬금없지만 이런 좋은 영화를 만들어 준 이준익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거기에 덧붙여 평양성이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하셨는데 그 선언을 취소하시고 다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준익 감독만의 유머 코드와 철학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고 실패는 결코 실패로만 남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부디 다시 한 번 좋은 영화로 만나 볼 수 있길 희망해 본다.

내일부턴 여행 season 2의 시작이다. 신나게 달려보자.

 

 

▲ 라디오스타에 나오는 장면. 영월의 규모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사람여행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출내역

 

내용

금액

충주-영월 버스비

8.900

일일 총합

8.900

총 지출

113.400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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