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과 사람여행의 세 가지 차별점
어느덧 여행이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이쯤 되면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상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그만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어느 정도 목표한 바는 이루었으니, 여기서 관둔다 해도 아쉬울 게 없다.
사람여행을 다시 떠나며
그렇다면 물어보자. 과연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이루어 냈는가? 2009년에 했던 국토종단에 대한 관성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닌가? 막상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나니, 이번 여행의 한계가 보이는 듯도 하다. 아무래도 국토종단과 여행의 패턴이나 방향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리라. 꼭 차이가 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사람여행’이라 명명한 이상,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종단 식(式)의 여행은 어떤 가시적인 성취감을 전제로 한다. 목적지까지 걷는다는 목표가 확실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떤 경우든 목적지까지만 도착하면 되고, 그 외의 것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국토종단 때는 목포에서부터 걸어서 고성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고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시작한 이유가 단순히 걸어서 어디에 도착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애초부터 일직선의 경로를 정하기보다 한 바퀴 삥 둘러 가는 경로를 택하였다. 과연 ‘사람여행’이란 명명에 맞게 어느덧 후반기에 들어선 여행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사람여행의 가능성
그럼에도 따지고 보면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출발할 땐 그렇게까지 차별성을 두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너무도 똑같다는 생각에 데자뷔까지 느껴지며 무료해지더라. 그래서 어떻게든 차별성을 두려 노력했고 세 가지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첫째는 자는 곳을 다양하게 했다는 점이다. 국토종단 당시엔 운이 좋아 민가에서 자는 게 아니면 늘 교회에만 의탁했었다. 그에 반해 이번엔 교회 외에 성당에서도 자보고 사찰에서도 자봤으며 재림교회에서도 자봤다. 이렇게 가능성을 넓혔으니 원불교 교당이나 여타 다른 종교시설에서도 자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둘째는 지역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것저것 물으며 여행했다는 점이다. 목적지가 뚜렷이 있는 게 아니니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걸었고 지나가다가 사람을 마주치면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 덕에 12명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람여행을 할 수 있었다.
셋째는 무언가 일이 생기면 함께 하려 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생긴 건 봉화읍으로 향하던 길에서였다. 그래서 그날 하루에 무려 두 번이나 농사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도울 일이 없겠냐?”고 물었으며 실제로 감자 심는 일을 함께 하기도 했었다.
이런 세 가지 차별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여행할 수 있다면 ‘사람여행’만의 특성도 분명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후반기 사람여행을 떠나보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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