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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74. 우리네 아버지들의 서글픈 자화상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74. 우리네 아버지들의 서글픈 자화상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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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아버지들의 서글픈 자화상

 

 

두 시간 여를 기다리며 반가운 여행자를 만나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는 180도 다른 여행을 하던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시간도 잘 가고 여러 감상을 낳게 하더라.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버스가 와서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제 여행을 멈췄던 제천 수산면으로 가기 위해서다.

 

 

▲ 제천의 버스를 타고 수산면으로 가보자.

 

 

 

사람여행 최초의 히치하이킹

 

버스를 타고 수산에 도착하고 보니 11시가 넘었더라. 어제의 허탈한 기분 탓인지 걷기도 싫었다. 그래서 충주방향으로 가는 차를 잡아 중간지점까지 가기로 했다. 아마도 아침부터 걸었다고 생각하면 점심쯤 거기에 도착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차를 히치하이킹 해보기로 한 것은 국토종단까지 합하면 두 번째다. 국토종단 때는 고성으로 향하는 길에서 얻어 타고 고성 군내로 들어갔었다. 그땐 운이 좋게도 한 번에 손을 들자마자 지나가던 1Ton 트럭이 한 번에 섰는데 과연 이번엔 어떨까?

막상 차를 잡으려니, 도저히 손을 들 용기가 나지 않더라. 손을 들었는데 휙 지나가면 얼마나 창피할까 싶어서였다. 그때부턴 자꾸 심장이 엄청나게 뛰더라. 그래서 차 몇 대는 그냥 보냈다. 그러다 저 멀리 하얀색 1톤 트럭이 보였고 왠지 세워줄 것 같아 잽싸게 손을 들었다. 그냥 지나가는 듯하더니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주차하는 것이 아닌가. 옳다쿠나! 하고서 차에 탔다. 왜 이리 운이 좋은지 이번에도 한 번에 성공했다. 국토종단 때에 비하면 우의를 입고 흠뻑 젖은 상태는 아니니 그나마 괜찮지만, 그래도 낯선 사람을 태워줄 수 있는 그 마음씨는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국토종단 때도 말했지만 내가 만약 반대상황이었다면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니 말이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보통 분들이 아니란 생각이 다시 들었다. 어쨌든 기회가 왔기에 염치불구하고 바로 탔다.

 

 

 

사람여행: 처자식 뒷바라지에 자신을 잃어가다

 

아저씨는 전기회사에 다니는데 휴일도 없이 일한다고 하셨다. 지금도 청주까지 가야 하는데, 점심시간까지 사장이 오라고 했다고 노발대발하신다. 도무지 그 시간까지 가는 게 불가능하단다. 그런데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맹렬하게 달려가고 계셨던 것이다. 낚시가 취미인데 올해는 한 번도 못 갔다고 하신다.

딸 둘을 키우느라 취미생활도 못하고 눈코 뜰 새 없이 일만 하신단다. 큰 딸은 14살이고 막둥이는 5살인데 막둥이가 피아노를 끊고 발레를 시작했다며 돈 들어갈 것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단다. 아마도 자신의 그와 같은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졌나 보다. 이와 비슷한 말은 국토종단을 할 때도 양평에서 들었다. 김밥집 아주머니도 적당히만 벌면 어딘가 여행도 다닐 수 있을 텐데 욕심엔 끝이 없으니 늘 이렇게만 살아라는 말을 했었는데 여러모로 아저씨의 체념과 여러 부분에서 같게 들렸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능력이 된다면 결혼하지 말고 연애만 하고 살아요. 친구 중에 잘 나가는 녀석이 있는데, 결혼은 하지 않고 연애만 하더라구. 자신의 일만 뚜렷하다면야 그렇게 사는 것이 더 좋지 뭐.”

그 말을 듣고 있으니 서글픔이 느껴졌다. 웬만큼 벌어서는 자식 키우기 힘든 세상이 됐다는 자조가 느껴졌기 때문이고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이 시대 아버지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건 곧 미래의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결혼은 현실인데 그 현실은 왠지 어두운 거리를 홀로 걷는 것 같은 외롭고 쓸쓸한 느낌 같다.

 

 

▲ 히치하이킹을 하고 이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을 듣다.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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