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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75. 우리네 어머니들의 마음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75. 우리네 어머니들의 마음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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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어머니들의 마음

 

 

우리네 아버지의 슬픈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을 달렸고 제천과 충주의 경계 부근에서 내렸다. 무려 14나 되는 거리를 순식간에 온 것이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버니 무겁던 맘이 금세 홀가분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쉬엄쉬엄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 여기서부터 '충주호'의 시작.

 

 

 

배춧잎 빼기

 

면 소재지에 도착한 시간은 4시쯤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노부부가 눈에 띈다. 생각 같아서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잘 곳부터 구해야 했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교회가 하나 있어서 가봤는데 목사님은 안 계시더라. 설마 내쫓기야 하겠냐는 심정으로 배낭을 교회 마당에 내려놓고 밭으로 향했다. 마치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와 가방을 벗어놓고 놀러 나가는 아이들 마냥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어색하지 않게 말을 섞고 할아버지가 하는 일을 따라서 했다. 일은 간단했다. 비닐을 X자 형태로 찢고 배춧잎을 비닐 밖으로 꺼내놓으면 되었다. 처음엔 손으로 찢었지만, 잘 찢어지지 않아 날카로운 돌로 찢으며 일했다. 계속 쭈그려 앉아 일하니, 서서히 허리가 아프더라. 간혹 허리를 펼 겸 일어나 얼마나 남았나 살펴보면 암담하기만 했다. 어찌나 재배면적이 넓은지 도무지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농사엔 묵묵히 해나갈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한 법이다.

 

 

▲ 이젠 자연스레 일도 하고 얘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행이 준 축복이다.

 

 

 

사람여행: 남편, 자식 잘 되길 바라며 희생하다

 

이야기를 나누며 일을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연상연하 커플이더라. 한 살 차이이긴 해도 그 당시엔 흔하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어쩐지 할아버지는 아버지 연배로 보이는데, 할머니는 정말 할머니 같더라니. 할머니는 일을 하시며 할아버지 이야기와 자식들 이야기만 하셨다. 할머니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 본 적은 없이 남편 잘 되길, 자식 잘 되길 바라며 여태껏 살아오셨던 것이다. 그게 우리네 어머니의 희생담이 아닌가.

할아버지가 꽤 유명한 분이시란다. 사진을 워낙 잘 찍으셔서 충주시에서 할아버지의 사진이라면 알아줄 정도라고 하신다. 그뿐 아니라 할아버지가 노인대학 반장이기도 하단다. 할머니의 이야기엔 할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일을 하니, 어느새 끝이 났다. 역시 일은 같이 해야 제 맛이고 노동요(勞動謠)를 부르든, 이야기를 하든 해야 제 맛이다. 할아버지는 고맙다며 돈을 손에 쥐어 주셨다.

 

 

▲ 오늘은 이곳에 신세를 질 생각이다. 잘 될까?

 

 

교회로 돌아오니, 목사님도 돌아와 계셨다. 사택에 가서 목사님을 부르니 사모님이 나오신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바로 허락해주셨다. 어제의 일이 있고 난 뒤라 이렇게 한 번에 허락받은 게 꼭 꿈만 같더라. 더욱이 여긴 판넬이 깔려 있어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오 해피데이. 드디어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잘 자고 내일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신나게 여행을 해보자. (21:45)

 

 

▲ 저녁도 챙겨주셨다. 반찬도 남기지 않고 뚝딱! 감사합니다.

 

 

 

지출내역

 

내용

수입

지출

배추 뽑는 일

10.000

 

맥주++과자

 

5.000

일일 총합

+5.000

총 지출

129.400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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