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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람여행 - 114. 마지막 여행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이유[익산 오산리⇒김제 백구면](11.04.30.토)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114. 마지막 여행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이유[익산 오산리⇒김제 백구면](11.04.30.토)

건방진방랑자 2021. 2. 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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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이유

 

 

지금 시간은 새벽 327분이다. 마지막 날이니 설레여, 감회가 특별해서 깨어났냐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내 인생에 있어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한 달이 넘도록 진행했던 사람여행을 마무리 짓는 날이니 감회가 없을 수 없다.

 

 

▲ 익산 오산리 ⇒ 김제 백구면

 

 

새벽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잠에서 깨다

 

하지만 아무리 유일하다 해도 달콤한 잠까지 물리치며 일어날 이유는 없다. 실상 이유는 딴 곳에 있었으니 말이다. 두둥~ 그건 바람에 흔들거리는 컨테이너 박스 이야기였던 것이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고 아는지. 모래 위에 지은 누각을 말한다. 기초가 없이 그냥 지은 집이기에 약간의 바람만 불어도 위태위태할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이런 이야기냐고? 오늘 내가 그 사상누각을 직접 체험해봤기 때문이다. 사상누각, 그건 건물의 수명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에 사는 사람에겐 더 치명적인 문제라는 것을 경험했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오늘은 벼락과 돌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온다던 날이다. 이거야 이미 각오했던 일이니 새삼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 문제는 걷는 시간뿐 아니라 자는 시간까지 그 여파를 감당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약간의 기미가 보였다. 옆에 작은 도로가 있는데 그곳으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컨테이너 박스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방바닥이 흔들리는 묘한 기분이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전주의 덕진공원엔 호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현수교가 있다. 여긴 그냥 건너도 흔들거리는데 뛰어서 건너면 진폭은 더 커진다. 바로 그런 흔들림 위에서 잠을 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고 그땐 그게 전조인 줄 몰랐다.

 

 

▲ 모산교회는 확 트인 평야 가운데 있다. 그러니 바람에 취약하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불안에 떨며 쓰다

 

그러나 자는 내내 방바닥이 흔들렸다. 그만큼 바람이 심하게 분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이곳은 사방이 확 트인 허허벌판이다. 바람이 어떠한 장애물에 막히지 않고 불어오니 그 풍속(風速)은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던 거다. 난 지금 바람 속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혹시나 이 컨테이너 박스가 바람에 날아가지나 않을지 걱정되더라. 흔들리는 방에서 날카롭게 들려오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이 기록을 쓰는 기분을 알려나? 그건 사상누각이란 단어가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 살아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일깨워줬다.

그런데 이 건물은 왜 이렇게까지 연약한 것일까? 그건 이 컨테이너 박스가 땅 위에 그대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타이어 위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로 네 귀퉁이를 받쳐놓고 그 위에 이 박스를 얹어놓은 것이다. 그러니 공중부양한 형태여서 작은 충격에도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마도 땅바닥이 평평하지 않았기에 이런 식으로 균형이 맞도록 한 걸 거다.

사람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기라도 하듯 색다른 체험을 선사해주고 있다. 지나고 난 다음에 이 기억을 떠올리면 이색체험이라 고맙다고, 재밌었다고 추억할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불안하고 두렵다. 자꾸 흔들려서 잠도 안 올뿐더러 혹시나 정말 날라가지나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빨리 아침이 되길, 그래서 건강하게 마지막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길 두 손 모아 희망해 본다.

 

 

▲ 바람만 안 불었으면, 정말 안락한 곳이었을 텐데~ 그 덕에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 거겠지.

 

 

인용

목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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