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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아리랑을 쓰게 된 작가의 말 - 6. 해방(解放)이 아닌 사변(事變) 본문

연재/배움과 삶

아리랑을 쓰게 된 작가의 말 - 6. 해방(解放)이 아닌 사변(事變)

건방진방랑자 2021. 2. 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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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방(解放)이 아닌 사변(事變)

 

 

여기서 땅을 뺏기고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1차로 비어 있는 땅, 만주, 그때 비어있었으니까. 그쪽으로 찾아서 남부여대(男負女戴), 아새끼들 들쳐 업고 바가지 올리고 머리에 이고 짐 지고 그리고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갔습니다. 그 다음 2차로 중국과 전쟁이 붙으면서 독립군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왜놈들이 강제로 경상도ㆍ전라도 두 군데 사람들을, 농민들을 몰아가지고 열차에 싣고 갔다 퍼다 두었습니다. 그래서 특별촌을 만들어서 250명 단위 500명의 특별촌을 만들어서 거기에서 농사짓게 하고 감시하고, 그들이 지은 농사는 100% 착취하고, 먹을 것 세끼만, 죽만 먹게 하고 나서는 저희 군량미로 관동군의 군량미로 썼습니다. 그들이 와 있다. 분명히 여기에. 그 전라도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자.

 

 

▲ 끌려갈 수밖에 없던 사람들. 하지만 그곳에서도 소외를 당한다.

 

 

 

소설 끝부분에 다룬 이야기의 전말

 

그래서 한 달동안 만주에 머물면서 수소문해서 수소문해서 하얼빈까지 가고, 길림 갔다가 하얼빈 가고 하얼빈에서 또 찾아 들어가서 주마라는 마을에 800리 길을 몽고 쪽으로 가 가지고 찾아갔습니다. 거기에 가니까 바로 김제, 정읍 사람들이 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담가 먹는 막걸리 전라도 탁빼기 그대로. 전라도 사투리 그대로 기가 막힙니다. 거기에 완전히 늙어서 쪼그랑 망탱이 되어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97살 때 어머니 손에 붙들려서, 동생이 있으니까 엄마 아빠한테 업히지도 못하고 그 먼 길을 걸어서 거기까지 가서 산 겁니다

그들이 살 때는 하얼빈 옆에 평지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숯도 굽고. 왜놈들이 하라고 하니까. 또 숯을 많이 구웠는데 그건 뭐냐면 그때 당시에는 숯을 때가지고 물을 끊여서 그 증기로 자동차가 움직였거든요. 휘발유가 아니었죠. 그 땔감을 만들기 위해서 숯을 끝없이 한국사람한테 굽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농사를 짓는데 그들이 농사를 진 땅은 또 중국놈들 거였죠. 그걸 왜놈들이 뺏어 가지고 한국사람들을 시켜서 지어 가지고 다시 뺏어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 가지고 이제 취재를 하는 겁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까 나는 자꾸 해방, 해방 그렇게 말하는데 그 사람들은 그 사변, 그때 사변 이렇게 말을 해요. 처음엔 내가 잘못 들었나? 또 이야기를 해요. 또 그래요. 그래 왜 당신들은 그 사변이라고, 그때 사변이라고 말을 하냐?” 했더니, “그때 그것이 우리한테는 해방이 아니다. 왜놈들이 중국 땅을 뺏어가지고 우리 주어서 농사를 지었는데 해방이 되어 버리니까 그 땅을 잃어버린 중국 사람들이 때로 몰려오면서 낫이고 곡괭이고 가져오면서 저 일본놈 죽이고 저놈 죽여라 일본놈 죽이는 건 말할 것은 없고 근데 일본놈들이 그때 이미 관동군들이 철수하면서 일본 사람들 싹다 데리고 나가 버리고, 남은 건 한국 사람밖에 안 남은 거예요. 다 버리고 가버린 거예요. 그러나 한국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전부 해방된 조국을 찾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을 때 그들이 막 쫓아 들어오면서 막 죽이는 겁니다. 무조건 그래서 거기서 죽고 남자들은 거의 다 죽고 다 싸우고, 자식과 여자만 데리고 도망간 곳이 압록강, 두만강 반대편인 조국과 점점 멀어지는 저 오지 오지 800리까지 도망을 간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몸속에서 빛이... 여러분들은 모를 거예요. 그때 그 엄청난, 깜깜한 데서 무슨 거대한 폭발물이 터지는 것 같은 빛이 확 몸에서 뻗어 오르는 바로 저것이 소설의 마지막이다. 바로 저거다. 그래서 아리랑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소설 끝이 그거에요.

 

 

▲ 전군간 도로에 핀 벚꽃. 일본은 이곳을 통해 애써 지은 쌀을 수탈했다. 벚꽃이 이곳에 심어진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전군도로, 역사가 새긴 슬픔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전군도로(全郡道路)라고 하는 것이 일본에서 일제시대에 한국에서 최초로 아스팔트가 되었다. 그걸 자랑으로 말을 합니다. 그건 자랑거리 아닙니다. 무지무지한 아픔입니다. 통렬하고 비통한 아픔입니다. 왜냐하면, 이 넓은 곳의 쌀을 전부 실어서 군산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저의 필요에 의해서 그 도로를 논 겁니다.

김제 신작로가 엄청나게 넓게 잘 닦여 있습니다. 그것도 전부 달구지가 쌀을 잘 옮겨 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겁니다. 여러분들은 그 길을 걸어가면서 뭘 느껴야 합니까? 여러분들의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들이 피를 흘린 길이라고 하는 것을 절절이 느껴야만 이 땅에 사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야만 이 땅에 사는 긍지도 느낄 수 있고 이 땅에 사는 소중함도 알 수가 있게 됩니다.

 

 

▲ 12권의 대장정. 흡입력이 좋아 순식간에 읽을 수 있지만 가슴이 아파 멈추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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