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Big Bang
자연과학에서는 실험이 매우 중요하다. 실험은 이론을 검증할 뿐 아니라 새로운 이론을 낳는 산파 역할도 한다. 하지만 물리학은 다르다. 여타의 자연과학 분야와는 달리 현대 물리학에서는 실험이 이론을 쫓아가지 못한다. 소립자를 이루는 쿼크(Quark)의 경우 이론에서는 그 존재가 확인되지만 실험으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초신성이 폭발해 생성되는 블랙홀(black hole)도 역시 이론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제로 발견되지는 않았다【블랙홀로 추정되는 천체들은 있다】. 이처럼 아주 작은 쿼크나 아주 큰 블랙홀 같은 것을 다루는 현대 물리학에서는 실험이 도저히 이론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다면 상상 속에서는 어떨까? 상상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다. 어떤 의미에서 현대 물리학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중 하나가 현재 우주 탄생의 이론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빅뱅 이론이다. 만화에서 ‘대폭발’이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하는 빅뱅이라는 말을 1960년대에 처음으로 제기한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George Anthony Gamow, 1904~1968)도 상상력이 뛰어난 과학자였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빅뱅을 이론적으로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영국의 우주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이다. 그는 약 150억 년 전에 공간의 개념을 부여할 수조차 없이 작은 하나의 점이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우주가 탄생했다는 이론을 전개했다. 모든 원소와 물질만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도 바로 그때 생겨 났으므로 빅뱅은 모든 것의 처음이다.
엄청난 크기의 우주가 어떻게 하나의 점에 모여 있었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호킹은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상대성이론으로 시간과 공간은 물리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것이 되었으며, 그래서 시공간(time-space)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시공간이 탄생할 무렵은 바로 특이점의 순간이다. 빅뱅 초기의 상황, 특이점의 순간은 무시간, 무공간의 상태이므로 어떠한 물리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사실 특이점을 설명하는 법칙은 원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특이점은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의 시작’이니까.
그렇다면 특이점의 순간, 즉 빅뱅 초기에 관해서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빅뱅 초기의 순간은 예상보다 훨씬 자세히 밝혀져 있다. 현재 연구되는 것은 빅뱅이 일어난 직후 1초 이내에 일어난 사건들이다【빅뱅이 일어나고 100만 분의 1초가 지났을 때 양성자와 중성자가 탄생했다】. 아직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은 빅뱅의 순간부터 10의 -43제곱【이 시간을 플랑크 시간이라 부른다】이 지날 때까지의 일이다. 10의 –43제곱 초에 물질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이후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밝혀진 상태다.
빅뱅 초기를 말해주는 또 한 가지 단서는 흔적이다. 화석으로 수백만 년 전의 과거를 알 수 있듯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면 현재의 것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으면 된다. 첫 번째 흔적은 100억 광년 너머에 있는 먼 은하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전달되는 그 은하들의 빛은 100억 년 전에 생성된 빛이므로 초기 우주의 모습에 관해 알려준다【우주 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또 다른 흔적은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는 곳이며, 그 중력이 빛조차 가둠으로써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이한 천체다. 호킹은 바로 이 블랙홀 안에서는 빅뱅의 순간과 비슷한 특이점의 상황이 존재하리라고 본다.
빅뱅이 일어난 뒤 150억 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주는 내내 팽창해왔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팽창을 계속할 것이다. 그 팽창의 끝은 뭘까? 우주는 무한히 팽창할까, 아니면 언젠가는 도로 수축할까? 이 문제에 관해서는 추측밖에 할 수 없지만 학자들은 최초의 빅뱅이 어떤 규모였는지에 따라 무한한 팽창이냐, 수축이냐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것도 역시 빅뱅의 순간을 밝혀야만 알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인 수소와 헬륨은 끊임없는 별의 핵융합 과정으로 인해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더 이상 별이 탄생하지 못한다. 따라서 각 은하들은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등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것이 우주의 종말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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