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 빅 브라더(Big Brother)

빅브라더

Big Brother

 

 

파시즘과 사회주의는 원래 상극이다. 이념적으로 파시즘은 극우에 속하고 사회주의를 내놓은 것은 좌익이다.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1883~1945) 등 역사에 잘 알려진 유명 파시스트들은 사회주의라면 이를 갈았고 - 히틀러가 지휘한 나치당의 정식명칭이 독일국가사회주의 노동당인 것은 웃지 못할 코미디였다 – 스탈린(Joseph Stalin, 1879~1953)의 소련은 스페인의 반파시즘 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파시스트까지는 못 되지만 이승만(李承晩, 1875~1965)이나 박정희(朴正熙, 1917~1979)도 극단적인 반공주의자였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처럼 상극인 파시즘과 사회주의가 현실적으로 일치하는 접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체주의적 속성이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였던 무솔리니는 파시즘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지배하는 이탈리아를 토탈리타리오(totalitario)라는 용어로 불러 - 여기서 전체주의(totalitarianism)라는 말이 나왔다 - 파시즘과 전체주의를 대놓고 동일시했다. 또한 스탈린 통치 하의 소련은 전체주의 체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체주의는 국민 개개인들을 국가라는 대의명분 아래 결집시키려는 정부 형태를 가리킨다. 대동단결하자는 구호 자체가 나쁠 것은 없다. 다만 대중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정부가 앞서서 대동단결을 외치는 게 문제다. 전체주의는 국민들의 개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국가가 설정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들을 총동원하는 체제다. 이런 체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개념이 빅브라더다.

 

 

 

 

빅브라더는 직역하면 ‘큰형’이란 뜻인데, 큰형이나 맏형이 주는 푸근한 이미지는 거의 없다. 우선 사전적인 의미도 ‘고아나 불량소년 등을 선도하기 위해 형 노릇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빅브라더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실추시킨 사람은 영국의 과학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 1903~1950)이다. 1950년에 죽은 오웰은 바로 전 해인 1949년에 마지막 작품으로 『1984년』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세계가 세 개의 전체주의적 경찰국가들로 나누어 통치되고 있는 가상의 미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곧 빅브라더다. 주인공 스미스는 빅브라더에 맞서 비밀리에 정치운동을 조직하다가 체포되어 정신적·육체적 고문을 당한 끝에 결국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빅브라더에게 일체감을 느끼며 굴복하고 만다. 오웰이 이 소설을 썼을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파시즘이 몰락한 직후였지만 아마 그는 50년 뒤 전체주의가 세계적으로 득세하리라고 내다보았던 듯하다. 혹은 그렇게 될까 봐 우려했거나.

 

 

지금은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했고 우리 사회에도 전체주의 체제가 들어서기는 어려워졌으나 빅브라더의 메시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경제가 큰 폭으로 발전 경로를 수정할 때마다 잠재되어 있는 전체주의의 위협이 표면으로 부상했다. 아직도 불안정한 자본주의는 앞으로도 여러 차례 상당한 정도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며, 그때마다 되살아나는 전체주의의 망령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 전체주의의 모습이 일찍이 인류가 호되게 경험한 적이 있는 호전적 군국주의로 나타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소설의 영향으로 빅브라더는 전체주의, 국가통제주의를 나타내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대문자로 Big Brother라고 하면 독재자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된다. 전체주의를 빅 브라더주의(Big Brother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9년에 네덜란드 TV 방송사는 남녀 출연자들을 100일 동안 외딴 집에서 살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로 여과 없이 중계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큰 인기를 모았는데, 그 프로그램의 명칭은 바로 빅브라더 쇼였다.

 

 

 

 

 

 

인용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