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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엔트로피(Entropy)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엔트로피(Entropy)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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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Entropy

 

 

시간을 거슬러가는 장치, 즉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을까? SF 영화에서 보듯이 상상에서는 물론 가능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어떨까? 아직 최종적인 해답을 말할 수는 없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그것도 기술적으로가 아니라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대성이론이 지배하던 시대, 그러니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타임머신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논리는 얼추 이렇다. 모든 것의 한계 속도는 빛의 속도, 즉 광속이다. 광속과 같거나 그에 준하는 속도(준광속)를 낼 수만 있다면 시간이 정지된 상황, 나아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어떤 엔진으로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는가, 또 그런 초고속에도 견딜만한 합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문제다. 따라서 타임머신은 현재의 기술로는 어렵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성립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바뀌었다. 바로 엔트로피의 개념 때문이다. 엔트로피는 19세기 중반 독일의 물리학자인 클라우시우스(Rudolf Julius Emanuel Clausius, 1822~1888)가 처음 제안했으나 과학적 개념으로 확립시킨 사람은 벨기에의 물리학자인 프리고진(Ilya Romanovich Prigogine, 1917~2003)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의 정도라는 뜻으로, 원래는 열역학과 관련된 개념으로 탄생했다. 열역학 제1법칙은 잘 알려진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고, 열역학 제2법칙은 열과 관련된 모든 반응에서는 반드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엔트로피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하려면 열역학을 배제하고 그냥 무질서의 상태를 생각해도 된다.

 

비행기가 벼락을 맞아(을 받아) 산산조각이 났다고 하자. 비행기가 추락한 곳에는 고철 조각, 깨진 유리, 볼트와 나사, 전선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장소에 또 한 번 벼락이 쳤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그 부품들이 다시 모여 비행기를 이룰 수 있을까? 벼락이 수천 수만 번 친다고 해도, 다시 말해 처음에 비행기를 부순 것과 같은 열 반응이 아무리 더 가해진다 해도 한번 부서진 비행기는 결코 복원되지 않는다. 오히려 벼락이 치면 칠수록 부품들은 더욱 더 조그만 조각들로 부서질 뿐이다. 이것은 모든 부품들이 각기 질서를 갖추어 비행기라는 물체를 이루고 있던 상황이 한번 깨어지고 나면 계속 무질서도(無秩序度)’가 증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곧 엔트로피의 증대이며, 열역학 제2법칙이다.

 

 

그렇게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무슨 과학의 법칙이 되겠느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엔트로피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까지 과학은 뉴턴(Isaac Newton, 1642~1727) 역학의 토대 위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제 과학은 모든 자연현상은 물론이고 신의 영역까지도 설명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심지어 라플라스(marquis de Laplace, 1749~1827) 같은 과학자는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미래에 일어날 일도 과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을 것이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주장했다. 타임머신도 과학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그런 오만을 용납하지 않았다. 힘과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뉴턴 역학에서는 모든 반응이 가역적(可逆的)으로 보였다. 즉 모든 반응은 정방향과 동시에 역방향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에서 나온 엔트로피의 개념은 비가역적인 반응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자연계에는 가역적 반응보다 비가역적 반응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대칭과 평형만이 전부인 줄 알았던 인간의 자연관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프리고진은 이렇게 단언한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단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 우리는 시간을 조종할 수 없으며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결국 타임머신은 다시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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