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 사전 - 연금술(Alchemy)

연금술

Alchemy

 

 

알코올, 알칼리, 알고리즘, 대수(algebra), 이 용어들의 공통점은 아라비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앞에 붙은 ‘알(al)’은 아랍어에서 영어의 정관사와 같은 역할이다. 연금술 역시 같은 유래를 가진 개념이므로 아라비아에서 특히 성행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라비아에서 연금술은 알키미아(alkimia)라고 불렸는데, 정관사를 제외한 키미아는 ‘검은 땅의 나라’, 즉 이집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연금술은 일반 금속을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 변환시키고자 했던 기술로,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록 한 번도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그 과정에서 과학(특히 화학)이 발달했으니 부산물의 성과는 적지 않다.

 

 

서양 문명의 요람인 고대 그리스에서는 눈에 보이는 수많은 세상 만물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궁극적인 실체, 즉 아르케(원질, 근본, 시원)가 있다고 믿었다. 최초의 철학자로 꼽히는 탈레스(Θαλής, BC 640~546)는 그것을 물이라고 말했고,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BC 610~546)는 공기,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os, BC 540~480)는 불이라고 보았다. 그 뒤로도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답을 말했으나 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 그 자체다(→ 인식론 / 존재론).

 

비록 당시 사람들은 그 넷 중의 어느 것이 물질의 근본인지가 더 궁금했겠지만, 철학사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근본 요소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곧 최초의 철학적 질문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자연철학의 단초를 열었고, 나중에는 신이라는 궁극적인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져 그리스도교를 낳았다.

 

초기 철학자들이 세상 만물의 근본 요소로 가정한 것은 물, 불, 흙, 공기다. 질문 자체를 중시하는 지적 경향은 철학을 탄생시켰고, 그 반면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과학적 탐구로 이어져 연금술로 발전했다. 연금술은 모든 물질이 이 4대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은 당시 오리엔트 선진 문명권을 이루었던 아라비아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4대 원소에 관한 관념도 오리엔트에서 먼저 생겨났지만, 이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강력한 권위를 가지는 종교와 중앙집권적 정치제도가 발달했기 때문에 철학적 인식이 뿌리를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 때문에 그리스와 달리 오리엔트에서는 궁극적인 요소에 대한 관심이 철학적 질문으로 발전하는 대신 과학적 탐구로 이어졌다.

 

유럽의 중세에는 아라비아의 과학이 수입되면서 연금술이 크게 성행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시대인 만큼 연금술은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되었으며, 그에 따라 점차 신비주의적 성향을 띤 비학(秘學)으로 전승되었다.

 

 

근대로 접어들어 연금술은 본격적으로 화학과 결합한다. 16세기 연금술의 최고 권위자였던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는 금속의 변환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화학과 의학의 연구로 노선을 전환했다. 이로써 연금술은 사실상 막을 내렸으나 근대의 과학적 사고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산소가 발견되기 전까지 물질의 연소 현상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플로지스톤의 개념【물질이 연소될 때는 가상 물질인 플로지스톤이 방출된다고 믿었다】도 연금술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며, 뉴턴(Isaac Newton, 1642~1727)도 연금술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연구한 적이 있었다.

 

물질의 기본 요소인 원소의 변환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 원소의 원자핵에 있는 양성자의 수가 달라지면 그 원소는 다른 원소로 바뀌게 된다【예를 들어 수소의 원자핵에 양성자 하나를 추가하면 헬륨이라는 다른 원소가 된다】. 바꿔 말하면 원자핵에 양성자를 더하거나 뺄 수 있으면 다른 원소로 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는 없으나 장차 인공적인 원소 변환이 가능해진다면 연금술의 오랜 꿈은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금이 비쌀 이유가 전혀 없어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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