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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제로섬(Zero-su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제로섬(Zero-su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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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Zero-sum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실생활에서 이런 상황은 예상외로 많다. 대학입시 날에는 수많은 어머니들이 대학 문 앞에서 자식의 합격을 기원한다. 그 중에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 하나같이 자기 자식만을 위해 기도한다. 자기 자식이 합격하면 누군가 남의 자식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남의 자식의 부모님도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그 종교의 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입은 많은데 파이는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전체의 양이 늘어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전체 안에서 부분들 간의 제 몫 찾기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대 사회의 이런 특성을 포착한 용어가 바로 제로섬이라는 개념인데, 1971년에 미국의 공학자인 더로(Lester C. Thurow, 1938~)가 제안했다.

 

 

제로섬이란 원래 수학의 한 분야인 게임이론에서 유래한 말이다. 게임이론은 수학에서 생겨났으나 개인이나 사회의 행태를 연구하는 행동 이론에 차용되었고, 그 때문에 유명해졌다. 게임이론이란 이해관계가 상호 대립하는 집단의 행동 양식을 수학적으로 다룬 이론을 말한다. 하나의 시스템 또는 사회를 하나의 경기장으로 보고 참가 선수들의 행동 양식이 상호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원이 제한되어 있는 대학입시가 이런 규칙이 적용되는 사례다.

 

제로섬 이론에 따르면 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얻게 되는 득과 실의 총량은 결국 제로(또는 다른 상수)가 된다. 제로섬 이론에서는 총체적 갈등의 상황이 전제된다. 따라서 한 성원의 이익은 곧 다른 성원에게는 손해가 된다. 어느 성원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더라도 전체 성원의 득과 실은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는 것이다.

 

 

이를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해 보면 한 나라의 이득은 다른 나라의 손실을 전제로 해서만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된다. 예컨대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가 있으면 반드시 같은 만큼의 적자를 보는 나라가 있는 것이다. 제로섬 사회의 모델은 경제 성장이 멈추어 있으며, 따라서 자원이나 사회적 부의 총량이 일정한 사회이다파이의 크기는 고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어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필연적으로 다른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풍선의 한쪽을 손으로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게 마련이다. 공기가 가득 들어 있고 풍선은 더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양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무리하게 한쪽을 팽창시키거나 축소시키려 하면 이 제로섬 풍선은 터질 수밖에 없다.

 

 

제로섬은 원래 미국 경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해 창안된 개념이지만, 미국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특징을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다. 적용되는 분야도 경제뿐만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 차세대 자동차로 꼽히는 전기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흔히 전기 자동차는 완전 무공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뭔가를 얻으면 뭔가를 잃는 게 제로섬의 법칙이다. 전기 자동차는 축전지나 연료전지로 작동하는데, 이 전지를 충전시키려면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가 소비된다. 결국 전기 자동차 자체는 배출 가스가 없으므로 무공해라 해도 여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공해 물질의 배출이 없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양적인 한계가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제로섬의 개념은 특히 뚜렷하게 드러난다. 수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비좁은 대도시의 서민들은 남의 집이 넓으면 내 집이 좁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할 것이다. 전체 면적은 고정되어 있으니까.

 

우리 사회가 유신독재에 신음할 때 어느 시인은 반정부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 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 너더러 정직하게 살라 하면 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이 땅의 논리가 무서워서 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정희성, 아버님 말씀

편히 살고자 하면 도둑놈, 정직하게 살고자 하면 가난뱅이, 편함과 정직함이 공존할 수 없는 사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잘 살 수 없는 사회, 당시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에서 제로섬 사회였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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