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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절대정신(absoluter Geist)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절대정신(absoluter Geist)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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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정신

absoluter Geist

 

 

칸트(Immanuel Kant,1724~1804)는 철학사적 대전환(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그 전까지 인식론적 난제였던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의 관계를 깔끔하게 해명했다. 주체와 대상은 그냥 밋밋한 실체가 아니라 수나사와 암나사처럼 처음부터 서로 들어맞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인식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의 방법으로도 대상과 관련된 해묵은 난점은 해결하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인식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외부 사물 자체를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런데 이 관점은 인간이 과연 사물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연관되어 끝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대에 플라톤(Platon, BC 427~347)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의 대립이 그랬고 중세에 실재론 - 유명론의 논쟁이 그랬다. 그래서 또 다른 관점이 채택되었는데, 그에 따르면 인식 대상은 외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정신 내부에 만들어내는 표상이라는 것이다. 칸트는 후자를 택했다.

 

그런데 그럴 경우 정신 내부의 표상이 외부 사물을 올바로 반영하는지, 또 외부 사물에 관한 인식은 어떻게 가능한지가 문제시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칸트는 사물 본체의 인식은 불가능하다고 아예 문을 닫아걸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포기였으므로 다른 철학자들은 칸트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었다. 칸트 뒤에 등장한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 1762~1814)와 셀링(Friedrich Wilhelm Joseph von Schelling, 1775~1854)은 칸트의 물자체를 집요하게 따지고 들었다.

 

 

그러나 칸트의 한계는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극복되었다. 헤겔은 칸트가 분석하고 비판한 이성이 개별 이성이기 때문에 물자체를 상정할 수밖에 없고 객관성을 획득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헤겔(Hegel, 1770~1831)이 대안으로 내놓은 개념은 절대정신이라는 총체적 이성이었다.

 

절대정신은 어느 개인의 이성이 아니라 모든 이성의 집합보다 더 큰 총체적 개념의 이성이다. 절대정신을 도입하면 칸트처럼 물자체의 영역을 설정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그동안 철학자들을 괴롭혀온 주관ㆍ객관의 문제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개별 이성은 인식의 오류를 범할 수 있어도 절대정신은 무오류다. 게다가 절대정신은 단순히 세계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세계를 만들어내고 통제한다. 절대정신도 정신인 이상 관념인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이기 때문에 관념만이 아니라 실재의 세계도 포함한다. 헤겔은 자신의 철학을 절대적 관념론이라고 불렀다.

 

실재를 포함하는 관념, 현실을 포함하는 이성의 강력한 힘을 헤겔은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인 것이며,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 -법철학이라는 유명한 문구로 표현했다. 이제 절대정신은 철학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절대정신은 역사의 출발점이자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헤겔은 절대정신변증법을 결합시켜 독특하면서도 황당한 역사철학을 전개한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순수한 정신이다. 여기서 순수한 존재가 탄생한다. 순수한 존재는 사유의 대상이 아니며, 지각되거나 상상되지도 않고, 특정한 형태를 취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 정립에서 나온 반정립, 즉 대립물은 바로 아무것도 아닌 것, 즉 무(). 순수한 존재는 존재의 극한이며 무는 비존재의 극한이다. 따라서 모든 실재순수한 존재를 제외한 모든 존재는 이 양 극한 사이에 위치한다. 바꿔 말하면 양 극한 사이에서 모든 실재는 생성된다. 즉 순수한 존재(정립) - (반정립)의 종합은 곧 실재의 생성이다.

 

 

역사란 절대정신이 자기실현을 이루는 과정이다. 헤겔은 역사의 과정을 동양 사회, 그리스-로마 사회, 독일 사회의 셋으로 나누고, 절대정신의 이념이 가장 잘 구현된 사회가 독일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신은 절대 진리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의 정신이다. -역사철학

계속해서 헤겔은 독일의 역사도 세 시기로 나누는데, 첫째는 독일 국가가 처음 탄생한 9세기의 샤를마뉴 시대까지이고, 둘째는 16세기 종교개혁까지이며, 셋째는 그 이후다. 놀랍게도 헤겔은 그 세 시기를 각각 성부의 나라’, ‘성자의 나라’, ‘성령의 나라라고 부른다. 이렇게 독일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헤겔의 입장이 후대의 히틀러에게까지 이어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는 샤를마뉴 시대에 탄생한 신성로마제국과 19세기 후반에 통일을 이룬 독일제국을 각각 제1제국과 제2제국으로 부르고, 자신이 집권한 나치 독일을 제3제국이라고 불렀다.

 

헤겔의 시대에 독일은 통일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그가 말하는 독일 국가는 당시 독일 지역의 구심점으로 등장한 신흥 강국 프로이센을 뜻한다. 헤겔은 절대정신이 자기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적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국가로 보았다. “국가는 도덕적 이념의 실재이며, 가시적 의지로 표출된 도덕적 정신이다. 법철학국가에 대한 이런 헤겔의 믿음은 그 시대가 민족주의의 전성기였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뒤늦게 통일한 독일이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킨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헤겔도 독일이 절대정신에 가장 근접한 국가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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