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Ⅴ. 대대(待對)와 무대(無對) - 2. 대대 논리의 해체: 무대(無對), 데라다와 장자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Ⅴ. 대대(待對)와 무대(無對) - 2. 대대 논리의 해체: 무대(無對), 데라다와 장자

건방진방랑자 2021. 7. 3. 16:01
728x90
반응형

2. 대대 논리의 해체: 무대(無對)

 

 

1. 데라다와 장자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의 공헌은 전통 서양 철학의 동일성의 논리를 해체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현대 프랑스 철학이 지닌 중요성은 그들이 단순히 동일성을 해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일성 그 자체가 차이에 의해 작동하고 기능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색깔을 예로 들어 보자.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이 흑백이라는 두 색깔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검정색이 검정색으로 식별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검정색이 흰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반대로 흰색이 흰색으로 식별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흰색이 검정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흰색이라는 동일성은 검정색과의 차이로부터 가능하고, 역으로 검정색이라는 동일성은 흰색과의 차이로부터 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논의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자는 자체로서 동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와의 차이를 통해서 의미를 가지게 되고, 선진국은 자체로서 동일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후진국과의 차이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차이에 대한 논리는 중국 철학의 대대라는 관계의 논리와 매우 유사해 보인다. 물론 여기서 우리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차이에 대한 논리가 단순히 중국 철학의 논리와 같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대 프랑스 철학에서 차이에 대한 논리가 기본적으로 현상학적인 지평에서 논의되지만, 중국 철학에서 대대에 대한 논리는 주로 존재론적이거나 사회철학적인 지평에서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불교철학에서, 특히 중론(中論)의 공()의 논리에서 논의했던 대대나 차이에 대한 논리는 현상학적 지평(= 고통과 집착의 현상학)에서 주로 논의되었다는 점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상이한 두 철학 전통이 공유하고 있는 내적인 논리 형식의 유사성이다. 다시 말해 현대적인 차이의 논리이든 아니면 전통 중국 철학에서의 대대의 논리이든, 이 두 논리는 모두 ‘A- A의 의미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자는 남자가 아님으로, 역으로 남자는 여자가 아님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에 대한 논리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데리다(J. Derrida)는 자신의 동일성 해체 전략을 철학의 여백들(Margins of Philosophy)에서 피력한 적이 있다.

 

 

철학자의 담론이 언어의 울타리 안에서 갇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 여전히 그 언어 안에서 그리고 그 언어가 제공하는 대립 쌍들을 가지고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데리다에 따르면 우리는 동일성을 해체하기 위해 차이를 도입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차이를 넘어설 수는 없는 존재다. 그의 이런 주장은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는 그의 유명한 선언으로 압축되어 표현된다. 바로 이 점에서 장자철학이 지니는 근본적 비판정신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왜냐하면 장자철학은, 전통 중국 철학에서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대대의 논리를 철저하게 해체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차이의 논리마저도 문제삼을 수 있는 지점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김형효는 노장사상의 해체적 독법이란 자신의 야심만만한 책에서 데리다와 장자 사이의 해체적 전략의 유사점을 설득력 있게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데리다와 장자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점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데리다에게 텍스트의 바깥은 없고, 따라서 우리는 차이 체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장자에 따르면 텍스트는 꿈과 같이 구성된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차이의 체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인용

목차

장자

원문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