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Discourse
담론(談論)이란 담화(談話)와 논의(論議)를 줄인 말이다. 학문적 이론이나 정치적 발언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대화나 토론도 모두 담론이다. 사전적인 어의 이외에 고유한 의미가 없으므로 실은 개념이라고 할 것도 없는 용어인데, 마치 특별한 개념처럼 자리 잡은 데는 프랑스 현대 철학자인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의 영향이 크다【프랑스어에서는 discours라고 쓰고 ‘디스쿠르’라고 읽는다】.
담화와 논의라면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즉 담론은 특정한 대상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담론은 대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푸코는 담론이 대상과 따로 노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등장하기 전까지 태양계라는 대상을 설명하는 담론은 태양과 달, 행성, 뭇 별들이 지구의 주위를 규칙적으로 회전한다는 천동설이었다. 그러나 지동설이 제기되면서 묘한 현상이 벌어졌다. 대상은 그대로인데 대상을 설명하는 담론이 바뀐 것이다. 담론과 대상의 관계는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밀접하지 않다.
푸코는 광기(狂氣)를 예로 든다. 알다시피 광기란 ‘미친 기운’이라는 뜻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런 정의는 너무도 분명한 듯하지만 광기를 그런 뜻으로 규정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권력),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광기는 이성을 넘어선 영역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광인은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17세기에는 광기를 윤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으로 여기고 배제하게 되었고, 광인은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그 수단으로 종합병원이 생겨났는데, 이것은 치료 기관이 아니라 일종의 감옥이었다. 정신분석학이 생겨난 19세기부터는 광기를 정신질환으로 취급해 광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하고자 했다. 이렇듯 광기와 광인은 언제나 존재해 왔는데도 그것을 대상으로 하는 담론은 시대마다 크게 달라졌다.
그 이유는 뭘까? 지식이 발전한 탓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푸코는 다른 측면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그는 17세기에 출현한 종합병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유사 법률적인 구조를 가진 행정기관으로서 기존의 권력 체계에 따르는 법정 밖의 선고와 판결의 주체였다. 『광기의 역사』”
광기에 관한 담론이 변화함에 따라 종합병원이라는 권력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담론은 그 내용 자체가 가지는 의미보다도 항상 권력에 의해 왜곡되는 측면이 더 중요하다. 담론을 왜곡시키는 권력은 바로 담론에 담긴 지식에서 나온다. 지식은 권력을 낳으며, 권력이 행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식이 필요하다. 같은 대상을 두고도 하나의 담론이 다른 담론으로 바뀌는 과정은 곧 권력의 주체와 행사 방식이 달라지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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