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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황정욱(黃廷彧)의 「차이백생순인영옥당소도(次李伯生純仁詠玉堂小桃)」을 보인다. 대부분의 시선집에 「차옥당소도운(次玉堂小桃韻)」으로 수재(收載)되고 있어 줄여진 이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無數宮花倚粉墻 | 궁중에 핀 꽃들이 담장 위에 기대니 |
遊蜂戱蝶趁餘香 | 벌 나비 향기 맡고 어지러이 날아 든다. |
老翁不及春風看 | 그러나 이 늙은이 봄이 온 줄도 모르고 |
空有葵心向太陽 | 공연히 해바라기 마음으로 태양을 향하네. |
옥당(玉堂)의 소도(小桃)를 두고 이순인(李純仁)의 「야직(夜直)」에 차운(次韻)한 작품이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59에서 이 시를 함의(含意)가 심원(深遠)하고 조사(措辭)가 기한(奇悍)하다고 평하기도 하였거니와 당시의 세태(世態)를 심원(深遠)한 우의(寓意)로 그려낸 것이 이 작품이다[含意深遠 措辭奇悍 爲詩不當若是耶 綺麗風花 返傷其厚].
벼슬에 군침을 흘리는 벼슬아치들은 난만한 궁중의 꽃을 보고 벌 나비 떼처럼 덤벼들지만, 정작 이 늙은 시인은 봄이 오는지 어떤지도 알지 못하고 다만 충직(忠直)한 신하의 마음만 있어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돌듯이 임금님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조직(組織)의 솜씨도 더 바랄 것이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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