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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8. 풍요 속의 음지(김효일)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8. 풍요 속의 음지(김효일)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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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일(金孝一, ?~?, 行源, 菊潭)은 금루관(禁漏官)을 지낸 위항시인으로 역시 시에 능하여, 육가잡영(六歌雜詠)41수의 시를 전하고 있다. 자신의 처지와 생활을 평담하게 표백하고 있는 만음(漫吟)을 보기로 한다.

 

樂在貧還好 閑多病亦宜 즐거움이 있어 가난도 도리어 괜찮고 한가로움 많아 병 또한 편안하네.
燒香春雨細 覓句曉鍾遲 향불을 태우노라니 봄비가 가랑가랑 내리고 시구를 찾노라니 새벽 종소리 드디 울리네.
巷僻苔封逕 窓虛竹補籬 궁벽진 마을에 이끼는 길을 덮고 빈 창에는 대나무가 부서진 울타리를 기웠네.
笑他名利客 終歲任驅馳 우습구나. 저 부귀영화를 좇는 무리들 한 해가 다가도록 달려가기만 하네.

 

이 시 또한 좌절하고 있는 작자 자신의 평범한 삶의 주변 부분들을 옮고 있다. 그러나 미련(尾聯)에서 끝내 작의(作意)를 감추지 못하고 노출시킴으로써 도리어 천진(天眞)을 깨뜨리고 있는 아쉬움을 남긴다. 시를 아름답게 쓰고자 하는 의도가 처음부터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듬는 일에 애쓴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다음 시는 야좌(夜坐)라는 시로, 역시 안분(安分)하는 생활태도를 노래하고 있다.

 

萬事凋雙鬂 孤燈照五更 만사 귀밑머리 마냥 시들어 버리고 외로운 등불은 새벽을 비추네.
名因貧不立 愁與病相嬰 가난 때문에 이름은 세우지 못하고 근심과 병만이 서로 엉켰네.
蔣逕誰披草 陶籬自掇英 묶은 길 그 누가 풀을 헤치고 찾아오리? 울타리에서 스스로 꽃잎만 따누나.
安排但知命 此外更何營 이럭저럭 살아온 것 천명을 알 뿐 그 밖에 또 무엇을 구하리? 소대풍요(昭代風謠)卷四

 

청운(靑雲)에의 꿈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위항인은 그 체념을 안분(安分)과 지족(知足)으로 돌리고 자신의 위상을 은일자(隱逸者) 도연명(陶淵明)에게 포개어 볼 수 밖에 없음을 이 시를 통해 볼 수 있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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