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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립(崔大立, ?~?, 자 秀夫, 호 蒼厓)은 임준원(林俊元)ㆍ최승태(崔承太)ㆍ유계홍(庾繼弘)ㆍ김부현(金富賢) 등과 어울려 낙사(洛社)를 결성하여 시회활동을 활발히 하였다. 이들은 모두 각체시(各體詩)를 두루 시범(示範)하여 뒷날 『소대풍요(昭代風謠)』와 같은 위항시집(委巷詩集)을 빛내고 있다.
최대립(崔大立)의 「상실후야음(喪室後夜吟)」(七絶)과 「풍중화(風中花)」(七古)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睡鴨薰消夜已關 | 향로에 불기 가시며 밤도 이미 끝났는데 |
夢回虛閣枕屛寒 | 꿈에 잠긴 빈 집에는 베개와 병풍이 썰렁하구나. |
梅梢殘月娟娟在 | 매화가지 끝, 지는 달만은 곱디 곱게 남아서 |
猶作當年破鏡看 | 그때의 깨어진 거울을 보게 하는구나. 『소대풍요(昭代風謠)』 권3. |
이 시의 제목이 「상실후야음(喪室後夜吟)」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아내를 잃고 난 뒤의 고독한 시인의 처지가 절실하게 그려져 있다. 직접적인 감정의 노출을 삼가한 채, 오히려 경물만을 덩그렇게 제시하여 더욱 핍진하게 하였다.
다음에 보이는 최대립(崔大立)의 「풍중화(風中花)」는 한편의 부요(婦謠)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風中花何飄揚 | 바람에 날리는 꽃잎 어찌 저리 나부끼는가? |
東家離婦怨阿郞 | 임을 여읜 아낙은 임을 원망하는구나. |
阿郞薄倖奈婦何 | 임이 박정한 걸 아낙이 어쩌리요만은 |
恨郞不如風中花 | 무정한 임은 바람에 날리는 꽃잎만도 못하네. |
花飛繞樹似戀枝 | 날아가는 꽃잎도 나무를 애워싸고 옛 가지를 그리워하는 듯한데 |
阿郞出門行不遲 | 임은 문을 나서자 휑하니 떠나버리는구나. 『소대풍요(昭代風謠)』 권8. |
임을 버리고 떠나가는 사나이의 모습은 바람에 날리는 꽃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지(主旨)다. 제재(題材)는 매우 범속한 것이지만, 마지막 연에서 보여준 정감(情感)의 처리 수법은 평범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악부(樂府)에서 흔히 보이는 사랑노래의 취향도 함께 읽게 해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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