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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곽여 - 수가장원정상 등루만조 유야수기우 방계이귀 응제(隨駕長源亭上 登樓晚眺 有野叟騎牛 傍溪而歸 應製) 본문

한시놀이터/삼국&고려

곽여 - 수가장원정상 등루만조 유야수기우 방계이귀 응제(隨駕長源亭上 登樓晚眺 有野叟騎牛 傍溪而歸 應製)

건방진방랑자 2022. 7. 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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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御駕)를 따라 장원정 가의 누각에 올라 느지막이 시골 노인이 소를 타고 시내 따라 돌아가는 걸 보고 어제(御製)에 화운하다

수가장원정상 등루만조 유야수기우 방계이귀 응제(隨駕長源亭上 登樓晚眺 有野叟騎牛傍溪而歸 應製)

 

곽여(郭輿)

 

 

大平容貌恣騎牛 半濕殘霏過壠頭

知有水邊家近在 從他落日傍溪流 東文選卷之十九

 

 

 

 

 

 

해석

大平容貌恣騎牛

대평용모자기우

태평스런 용모로 방자하게 소를 타고

半濕殘霏過壠頭

반습잔비과롱두

이슬비에 반쯤 젖어 언덕머리 지나네.

知有水邊家近在

지유수변가근재

알겠구나. 물가 근처에 집 있음을

從他落日傍溪流

종타락일방계류

지는 해를 좇아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가고 있으니. 東文選卷之十九

 

 

해설

평생을 욕심없이, 바쁠 것 없이, 나무랑 물이랑 돌이랑 함께 늙어 온 늙은이, 아무렇게나 편할 대로 소등에 걸터앉아 끄떡자떡 밭둑길을 내려가고 있는 천하태평(天下泰平)의 호호야(好好爺)! 한나절 청산에 소를 놓아 먹이고, 석양에 돌아오는 하산(下山) , 아마도 시내 가까이 있을 성싶은 그의 집을 향하여, 시냇길 따라 말없이 가고 있다. 갈 길은 소에 맡겼으니 이러어디어따위 소 부리는 소리는 필요가 없다.

 

한편 그를 좇아, 작자의 일행도 꽤 관심깨나 있는 듯, 이만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런데, ‘작자의 일행이라니? 곁따라 가는 건 낙일(落日)’, 작자는 숫제 수행 명단에 들지도 않았잖은가? 그러나 그것은 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수행 주체이기에 생략되어 있을 뿐이다. 보라, ‘의 걸음걸이는 기실 작자의 걸음걸이인 것을…… 그리고 그 또한 산마루에 걸려 있는 하늘의 해와 냇물에 떨어져 잠긴 물 속의 해, 이 상하천(上下天)의 해를 아울러 일컬은 것으로, 그들은 한결같이 작자의 걸음에 맞춰 보조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보라, 소 탄 이 뒤에 지은이, 지은이 옆에 시냇물, 시냇물 아래 저녁 해, 서산 마루에는 지는 해, 모두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정연히 늘어서 가고 있다. 그것은 마치 검둥이랑, 삽살이랑, 말괄량이랑, 이쁜이랑, 차돌이랑, 개구쟁이랑, 좁은 언덕길에 죽 늘어서 열심히 가고 있는 달맞이 동산길의 실루엣을 보는 듯한, 꿈같은, 동화 같은 정경이기도 하다.

 

순박하고도 낙천적인 산늙은이의, 평화롭고도 태고연(太古然)한 생활의 편영(片影)을 그린 것이나, 마치 청우(靑牛)를 타고 가는 노자(老子)처럼, 선미(仙味)가 도는 이 기우자(騎牛子)의 도인(道人)과도 같은 풍도(風度)의 미화(美化)도 그러려니와 그를 뒤쫓아가는 작자 일행의 관심 또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인로(李仁老)파한집(破閑集)권중 8에서 어찌 다만 선풍 도운(仙風道韻)이라고만 하랴, 사람의 마음을 통째로 움직이기에 족하다[豈惟仙風道韻 足以傾動人主意].’고 감탄했다.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49

 

 

인용

한국문학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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