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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금화군에서 묵으며
숙금성현(宿金城縣)
이곡(李穀)
秋入金城錦不如 千崖萬樹得霜初
林間老屋流亡外 山上磽田賦稅餘
莫厭使華紛傳遽 惟嫌吏弊巧侵漁
閑遊似我猶相擾 深愧淵明獨愛廬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九
해석
秋入金城錦不如 추입금성금불여 |
가을이 금성에 들어가니 비단 못지 않아 |
千崖萬樹得霜初 천애만수득상초 |
온 벼랑과 온 나무가 처음으로 서리 입었네. |
林間老屋流亡外 림간로옥류망외 |
유랑한 바깥엔 숲 사이 오랜 초가집만 있고 |
山上磽田賦稅餘 산상교전부세여 |
세금을 낸 나머지는 산 위에 메마른 밭만 있다네. |
莫厭使華紛傳遽 막염사화분전거 |
어지럽게 전하는 사신의 화려함을 싫어하진 마시고 |
惟嫌吏弊巧侵漁 유혐리폐교침어 |
오직 교묘하게 물고기를 침탈하는 아전의 피폐함을 싫어하오. |
閑遊似我猶相擾 한유사아유상요 |
한가롭게 유랑함에도 나도 오히려 서로 어지럽힌다는 게 같으니 |
深愧淵明獨愛廬 심괴연명독애려 |
깊이 도연명이 홀로 오두막 사랑한 것【도잠(陶潛)의 시에 “초여름에 풀과 나무 무성하게 자라나서, 집을 에워싸고 나뭇가지 우거졌네. 새들도 깃들 곳이 있어서 좋겠지만, 나도 내 오두막을 사랑한다오.〔孟夏草木長 繞屋樹扶疎 衆鳥欣有托 吾亦愛吾廬〕”라는 표현이 나온다. 『陶淵明集』 卷4 「讀山海經」】에 부끄럽소. 『稼亭先生文集』 卷之十九 |
해설
이 시는 금성현에서 자면서 농민의 참상(慘狀)과 농민 위에 군림하는 온갖 유형(중앙 관리, 지방 서리, 권문세족)의 인간들을 뚜렷이 그려 낸 작품이다.
금성현에 가을이 오니 비단도 이보다 화려하지 못하게 아름답고, 천산만학(千山萬壑)에 있는 모든 나무에 첫서리가 내려 온통 붉게 변했다. 그런데 그 화려한 가을 정경(情景) 속에 낡은 집이 있는데 집을 떠나 유랑(流浪)하는 농민들의 집이요, 산에는 세금에 모두 빼앗기고 온통 돌로 된 밭만 남아 있다.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는 농민들을 살피느라 부산을 떨어서 보기 싫지만, 그보다 더 싫은 것은 교묘하게 백성들을 괴롭히는 지방 아전들이다. 아전도 중앙에서 파견된 것도 아닌 나도 폐끼치긴 마찬가지이니(작자 역시 중앙관리와 같은 사대부 신분이다), 도연명처럼 지내지 못하는 것이 매우 부끄럽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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