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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절 후에 성남에 나가 서산의 눈을 바라보며
청명후출성남망서산설(淸明後出城南望西山雪)
이곡(李穀)
今朝偶上第三橋 春晚西山雪未消
恠底東風吹不力 近山麰麥有春苗
肉林高處酒池深 春雪餘威不敢侵
天本於人無厚薄 民今相食是何心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八
해석
今朝偶上第三橋 금조우상제삼교 |
오늘 아침에 우연히 제3교에 오르니 |
春晚西山雪未消 춘만서산설미소 |
봄이 늦어 서쪽 산에 눈 녹지 않았네. |
恠底東風吹不力 괴저동풍취불력 |
괴이한 것은 봄바람 불지만 힘이 없어 |
近山麰麥有春苗 근산모맥유춘묘 |
근처 산에 보리가 봄싹인 걸. |
肉林高處酒池深 육림고처주지심 |
고기숲 높은 곳은 술 연못도 깊으니 |
春雪餘威不敢侵 춘설여위불감침 |
봄 눈의 남은 위엄 감히 침범치 못하네. |
天本於人無厚薄 천본어인무후박 |
하늘은 본래 사람에게 두터움과 엷음이 없지만 |
民今相食是何心 민금상식시하심 |
백성이 지금 서로 잡아 먹는 것, 이건 무슨 마음인가? 『稼亭先生文集』 卷之十八 |
해설
이 시는 이곡(李穀)이 원(元)나라에 머물고 있던 48세 되던 4월에 지은 것으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명이 지난 뒤에 성남쪽으로 나가서 서산의 눈을 바라보고 느낀 감흥을 적은 것이다.
오늘 아침 우연히 제3교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니, 청명(淸明)이 지난 4월인데 서산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다. 봄바람이 힘차게 불어와 밀보리가 싹이 트지 않으니 괴이한 일이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호사스런 생활을 누리는 권문세가(權門勢家)에는 봄의 위세도 침범하지 못하는가 보다. 저 환악(歡樂)을 즐기는 것을 보니……. 하늘은 본래 사람에게 후하고 박함이 없다고 하던데, 권문세족들이 거처하는 곳 밖에는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고 있으니, 하늘의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청명절(淸明節)은 얼음과 눈이 녹고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아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攝理)인데, 눈에 덮인 밀보리가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으니,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 이곡은 이러한 자연 현상을 통해 권문세족과 백성의 어긋난 섭리(攝理)를 말하고자 하였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72~27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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