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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게도 가을이 다시 오다
추회(秋廻)
이숭인(李崇仁)
天末秋廻尙未歸 孤城落照不勝悲
曾陪元鷺趨文陛 今向江湖理釣絲
骨自罹讒成大瘦 詩因放意有新奇
明珠薏苡終須辨 只恐難調長者兒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해석
天末秋廻尙未歸 천말추회상미귀 |
하늘 끝이라 가을이 돌아왔지만 아직도 돌아갈 수 없어 |
孤城落照不勝悲 고성락조불승비 |
외로운 성의 낙조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네. |
曾陪元鷺趨文陛 증배원로추문폐 |
일찍이 대신(大臣)【원로(鴛鷺): 원추새와 백로인데, 이 두 새는 모습이 한아(閑雅)하고 질서가 있다 하여 조정 반열에 늘어선 백관을 비유하는 말로 곧잘 쓰인다.】을 모시고 문신의 섬돌에 나아갔다가 |
今向江湖理釣絲 금향강호리조사 |
지금은 강호를 향해 와서 낚시줄을 만든다네. |
骨自罹讒成大瘦 골자리참성대수 |
뼈는 스스로 참소에 걸려 매우 야위었지만 |
詩因放意有新奇 시인방의유신기 |
시는 방자한 뜻을 따라 새롭고 기이함이 있네. |
明珠薏苡終須辨 명주의이종수변 |
구슬과 율무는 끝내 분변될 테지만 |
只恐難調長者兒 지공난조장자아 |
다만 권세가의 자식을 다루기 어려울까 걱정되네【후한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이 교지(交趾)를 정벌하고 돌아올 적에, 남방의 장기(瘴氣)를 막기 위하여 그곳에서 복용하던 율무〔薏苡〕를 수레에 가득 싣고 왔는데, 그가 죽고 난 뒤에 사람들이 명주(明珠)와 물소 뿔[文犀]을 수레에 싣고 왔었다고 비방하며 참소한 고사가 있다. 또 마원이 62세의 나이로 만이(蠻夷)를 정벌하기 위해 출정하면서 벗인 알자(謁者) 두음(杜愔)에게 “내가 나라를 위해 일하다 죽지 못할까 항상 걱정하였는데, 지금 소원대로 되었으니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 다만 걱정은 권세가 막강한 귀인의 자제들이 더러 좌우에 있어서 함께 일도 해야 할 텐데 그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유독 마음에 걸리면서 싫어질 따름이다[常恐不得死國事 今獲所願 甘心暝目 但畏長者家兒或在左右 或與從事 殊難得調 介介獨惡是耳].”라고 말한 기록이 보인다. 『後漢書』 卷24 「馬援列傳」 원문의 ‘조(調)’를 『자치통감』에서는 ‘화(和)’라고 해설하였다.】. 『陶隱先生詩集』 卷之二 |
해설
이 시는 실의(失意)하여 강호에 물러나 지내는 신세를 한탄하면서 국가의 현실을 걱정하는 내용을 노래하였다.
강호에 물러나 지낸 지 몇 해를 흘러 다시 가을이 왔는데 다시 조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외로운 성에 석양빛이 노을 져 슬픔이 더욱 짙어진다. 예전에는 대신(大臣)들을 모시고 조정(朝廷) 일로 분주했는데, 지금은 강호로 물러나 낚싯줄이나 수선하고 있다. 내 모습은 참소를 입어 상심한 마음 때문에 수척해졌으나, 시는 마음껏 지을 수 있어 오히려 신기한 맛이 있다. 마원(馬援)이 율무를 싣고 왔는데 구슬이라 누명을 씌운 것처럼 나도 참소를 입고 있지만 곧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권세가들의 자녀들이 제멋대로 정사(政事)를 농단하여 나라가 어지러워질까 걱정스럽다.
김종직(金宗直)은 『청구풍아(靑丘風雅)』에서 “지금 공이 장자아라고 말한 것은 특정인을 지적함이 있는 것 같다[今公之所謂長者兒, 似有所指].”라고 하였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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