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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소리 듣고서
문비파(聞琵琶)
서거정(徐居正)
我無今日愁兼泣 細聽絃聲不下樓 『四佳詩集』 卷之二十一○第十四
해석
司馬靑衫盆浦泣 사마청삼분포읍 |
사마 백거이는 푸른 적삼으로 분포에서 이야기를 듣고 울었고【백거이(白居易)가 일찍이 강주 사마로 좌천되어 있을 때, 하루는 분강(湓江)의 포구에서 손님을 전송하다가 어느 배 안에서 들려오는 비파 소리를 듣고 그를 찾아가서 물어보니, 그는 본디 장안(長安)의 창녀였는데 젊어서는 호화롭게 지냈었지만 늙어서는 색이 쇠하여 마침내 장사꾼의 아내가 되어서 초췌한 몰골로 강호(江湖) 사이를 이리저리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거이는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아 그녀에게 다시 비파 한 곡조를 청하여 들은 다음 스스로 비파행(琵琶行)을 지어서 그에게 주었는데, 그 비파행의 끝에 “나중 탄 곡은 먼저 탄 곡보다 더더욱 처량해, 만좌중이 거듭 듣고 다 얼굴 가리고 우는데, 그중에서 눈물을 누가 가장 많이 흘렸던가, 이 강주 사마의 푸른 적삼이 흠뻑 젖었네[凄凄不似向前聲 滿座重聞皆掩泣 座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明妃紅袖塞天愁 명비홍수새천수 |
명나라 왕비 왕소군은 붉은 소매로 변방에서 근심스러워 했네. |
我無今日愁兼泣 아무금일수겸읍 |
나는 오늘 근심스레 울만 한 일 없지만 |
細聽絃聲不下樓 세청현성불하루 |
자세히 비파 소리 들으니 누각을 내려가지 못하겠네. 『四佳詩集』 卷之二十一○第十四 |
해설
이 시는 50대 중반에 비파 소리를 듣고 쓴 시이다.
1구와 2구에서는 좌천된 백거이(白居易)와 흉노에게 시집간 왕소군(王昭君)의 고사(故事)를 인용하고 있다.
3구와 4구에서는 백거이처럼 좌천되거나 왕소군처럼 흉노에 시집갈 일이 없어서 시름겹거나 울 일도 없지만, 비파 소리를 자세히 듣고 있자니, 이들의 슬픔에 공감되어 차마 이러한 정서를 뿌리치고 누각을 내려갈 수가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 권상 16번에서, “옛사람이 시를 지을 때는 한 구도 유래처가 없는 곳이 없다. …… 구마다 모두 유래처가 있는데, 새로 다듬거나 남의 시구를 따온 것이 스스로 오묘해서 격률이 자연히 삼엄하다[古人作詩, 無一句無來處. ….…句句皆有來處. 粧點自妙. 格律自然森嚴]”라고 했는데, 이 시에서도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자신의 심정을 표출하고 있다. 사장적(詞章的) 가치를 중요시했던 서거정의 문학의식(文學意識)을 보여주는 시라고 하겠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6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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