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지 않아 서글퍼하며 짓다
국화불개 창연유작(菊花不開 悵然有作)
서거정(徐居正)
佳菊今年開較遲 一秋情興謾東籬
西風大是無情思 不入黃花入鬢絲 『四佳詩集』 卷之五十○第二十三
해석
佳菊今年開較遲 가국금년개교지 |
아리따운 국화가 올해는 핌이 비교적 더뎌 |
一秋情興謾東籬 일추정흥만동리 |
한 가을의 정과 흥이 동쪽 울타리에 느리구나. |
西風大是無情思 서풍대시무정사 |
가을바람이 몹시 무정하여 |
不入黃花入鬢絲 불입황화입빈사 |
누런 꽃엔 들지 않고 귀밑머리에만 드는 구나. 『四佳詩集』 卷之五十○第二十三 |
해설
이 시는 60대 만년에 국화가 피지 않아 실망하여 지은 것으로, 늙어 감을 읊은 노래이다.
올해는 국화꽃이 예년과 비교해 늦게 피어 가을의 흥취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을바람은 무정하게도 국화에 들어서 꽃을 피우지 않고 귀밑머리에 들어와 늙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거정(徐居正)은 인생의 말년을 담담하고 재치 있게 묘사하고 있어 허균(許筠)이 이 시를 두고 ‘좋아할 만하다[可愛]’라 했을 것이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은 6세에 능히 시를 지었는데 문형(文衡)을 20년이나 역임하였다. 살아 있을 때 문집을 세상에 간행해 내놓은 경우는 사가와 강희맹(姜希孟)뿐이다.
이 사람으로 인해 본조(本朝)의 문권(文權)이 무게가 있게 되었다. 그의 글은 자연의 질박함이 흩어지지 않아 원기(元氣)가 완연해서 다듬고 꾸미는 근세의 습속은 전연 하지 않았고, 더구나 많은 서적을 섭렵하여 고사에 익히 밝았으니, 세상의 추대를 받아 문단을 주도하는 데 부끄러움이 없었다[四佳六歲, 能屬句, 典文衡二十年. 生時文集之印行於世, 獨四佳與姜希孟也. 本朝文權之重, 輒推此人. 蓋其爲文, 大樸未散, 元氣渾然, 絶不爲近世雕繪之習, 况又博洽羣書, 明習故事, 無媿其主盟之專而見推於世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6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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