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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어두운 바람과 비 엇갈려 내리는 날에 평중에게 주다
명명풍우교 증평중(冥冥風雨交 贈平仲)
강희맹(姜希孟)
冥冥風雨交 永夜殊未央
명명풍우교 영야수미앙
愁來坐長歎 百感縈寸腸
수래좌장탄 백감영촌장
結髮學孔顔 垂紳體堯湯
결발학공안 수신체요탕
壯志終濩落 中途反蒼黃
장지종호락 중도반창황
悄然愧初服 棄置不復傷
초연괴초복 기치불부상
冥冥風雨交 厭聞鷄亂號
명명풍우교 염문계난호
大人志功名 夙夜不憚勞
대인지공명 숙야불탄로
市人逐末利 百計競錐刀
시인축말리 백계경추도
所以日復日 作事繁牛毛
소이일부일 작사번우모
吾今兩無謀 萎頓安蓬蒿
오금량무모 위돈안봉호 『私淑齋集』 卷之三
해석
冥冥風雨交 永夜殊未央 | 어둡디 어둔 바람과 비 엇갈리는 날엔 긴 밤도 특별히 끝나지 않았는데 |
愁來坐長歎 百感縈寸腸 | 근심스러워 앉아 긴 탄식하니 온 감정이 한 마디 창자에 엉기네. |
結髮學孔顔 垂紳體堯湯 | 머리 묶고 공자와 안연을 배우고 띠 드리우니 요임금과 탕임금을 체득한 듯하지만 |
壯志終濩落 中途反蒼黃 | 장엄한 뜻은 끝내 떨어졌고 중간의 길에선 도리어 허둥지둥하네[蒼黃]. |
悄然愧初服 棄置不復傷 | 근심스레 임금이 처음 교화를 베풀 때에 부끄러워【초복(初服): 왕이 처음으로 정치를 잡고 교화를 베풀음.】 방치되는 것에[棄置] 다시 맘 상할 것 없어라. |
冥冥風雨交 厭聞鷄亂號 | 어둡디 어두운 바람과 비가 엇갈리는 날엔 닭의 어지러운 울음소리 듣기 싫네. |
大人志功名 夙夜不憚勞 | 대인은 공명에 뜻을 주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력을 꺼리지 않네. |
市人逐末利 百計競錐刀 | 저자 사람들은 말리[士農工商]만을 쫓아 온 계산에 송곳만한 이익【추도(錐刀): 추도지말(錐刀之末)의 준말로, 뾰족한 송곳의 끝이란 뜻으로, 아주 작은 일을 이르는 말】마저도 다투네. |
所以日復日 作事繁牛毛 | 때문에 날마다 일을 해서 소털처럼 많이들 번다네. |
吾今兩無謀 萎頓安蓬蒿 | 나는 지금 두 가지 꾀(大人과 市人)가 없어 초막살이[蓬蒿]에 정신없이[萎頓] 편안하네. 『私淑齋集』 卷之三 |
해설
이 시는 어둑어둑 비바람이 부는 날 평중에게 써서 준 시이다.
어둑어둑 비바람 한데 섞여 어두운데, 닭까지 어지럽게 울어 대니 그 울음소리 듣기가 싫다. 조정의 관리들은 공명(功名)에 뜻을 두어 아침부터 밤늦도록 공명을 이루기 위해 수고를 꺼리지 않고 있고, 시장의 장사치들은 장사에서 오는 작은 이익을 좇아서 온갖 계교로 서로 다투고 있다. 그러므로 날마다 일을 만들어 소털만큼이나 번다해진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지금 관리로서 공명을 세우거나 장사치처럼 작은 이익에 관심이 없어 조그마한 오두막살이에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살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8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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