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사체로 궁궐의 사계절을 노래하다
궁사사시(宮詞四時)
성간(成侃)
陰陰簾幕燕交飛 日射晴窓睡起遲
急喚小娃供頮水 海棠花下試春衣
陰陰簾幕暑風輕 閑寫銀漿滿玉缾
好箇黃鸝多事在 隔墻啼送兩三聲
碧梧金井換新秋 斜倚薰籠一段愁
明月滿庭天似水 起來無語上簾鉤
七寶房中別置春 羅巾斜帶辟寒珍
朝來試步梅花下 臉上臙脂懶未勻 『眞逸遺稿』 卷之一
해석
陰陰簾幕燕交飛 음음렴막연교비 |
어둡디 어두운 주렴과 장막에 제비 교차하며 나는데 |
日射晴窓睡起遲 일사청창수기지 |
해가 맑은 창에 비껴 자다가 천천히 일어나네. |
急喚小娃供頮水 급환소왜공회수 |
급히 어린 계집종을 불러 세숫물 공급하게 하고 |
海棠花下試春衣 해당화하시춘의 |
해당화 아래서 봄옷을 입어보네. |
陰陰簾幕暑風輕 음음렴막서풍경 |
어둡디 어두운 주렴과 장막에 더운 바람 가벼워 |
閑寫銀漿滿玉缾 한사은장만옥병 |
한가롭게 은빛 장을 쏟아 옥 병을 채우네. |
好箇黃鸝多事在 호개황리다사재 |
아름다운 저 노란 꾀꼬리는 많은 일이 잇는지 |
隔墻啼送兩三聲 격장제송량삼성 |
담장 너머 2~3번 소리내며 울음을 보내네. |
碧梧金井換新秋 벽오금정환신추 |
푸른 오동나무와 금빛 우물이 새 가을을 부르니 |
斜倚薰籠一段愁 사의훈롱일단수 |
덮개로 싼 화로에 비껴 기대 한 가닥의 근심이라네. |
明月滿庭天似水 명월만정천사수 |
밝은 달이 정원 채우니 하늘은 물 같아 |
起來無語上簾鉤 기래무어상렴구 |
일어나 말 없이 주렴 갈고리를 올리네. |
七寶房中別置春 칠보방중별치춘 |
일곱 보물 방안에 따로 봄을 두니 |
羅巾斜帶辟寒珍 라중사대벽한진 |
비단 수건 비낀 띠에 추위 물리친다는 벽한진【벽한진(辟寒珍) : 추울 때에 그것을 집 안에 두면 추위를 모른다는 보물(寶物)이다.】이라네. |
朝來試步梅花下 조래시보매화하 |
아침에 와서 시험삼아 매화꽃 아래를 거니니 |
臉上臙脂懶未勻 검상연지나미균 |
뺨 위의 연지가 게을러 고르질 않네. 『眞逸遺稿』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고체시(古體詩)의 하나인 궁사(宮詞)를 통해 궁인(宮人)의 사계절 생활을 봄부터 겨울까지 노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청구풍아』에 그의 시(詩)와 시(詩)에 대한 평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진일재가 우연히 한 절구를 짓기를, ‘흰 태양 봄 하늘 만 리에 찬란하니, 상서로운 기린과 위엄스런 봉황새가 함께 때를 타고 났다. 삼경에 달 떨어지고 촌락이 적적하니, 도리어 여우들이 호랑이 위세를 빌렸구나.’ 하니, 점필재(佔畢齋)가 평하기를, ‘청명(淸明)한 조정에 혹 위엄과 복록을 몰래 농간하는 자가 있는 것을 말한 것인데, 시의 뜻이 꼭 누구를 지적한 것 같다.’ 하였고, 박팽년(朴彭年)이 비평하기를, ‘이 시는 신기한 점이 많으니, 명성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하였다. 성진일(成眞逸)은 책을 넓게 읽고 잘 기억하며 손에서 책을 떼지 않았다. 시문을 짓는 데는 호방하고 깊고 건장하며, 삼엄하게 법도가 있었다.
眞逸齋偶書一絶曰: ‘白日春天萬里暉, 祥麟威鳳共乘時. 三更月落村墟黑, 留與狐狸假虎威.’ 佔畢齋評云: “謂當淸明之朝, 或有竊弄威福者, 詩意似有所指.” 朴仁叟批云: “此詩多有奇氣, 名不虛得.” 成眞逸博覽强記, 手不釋卷, 爲詩文豪放奧健.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12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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