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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 석서(碩鼠)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김시습 - 석서(碩鼠)

건방진방랑자 2021. 4. 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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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쥐야

석서(碩鼠)

 

김시습(金時習)

 

 

碩鼠復碩鼠 無食我場粟

석서부석서 무식아장속

三歲已慣汝 則莫我肯穀

삼세이관여 칙막아긍곡

逝將去汝土 適彼娛樂國

서장거여토 적피오락국

碩鼠復碩鼠 有牙如利刃

석서부석서 유아여리인

旣害我耘耔 又齧我車軔

기해아운자 우설아거인

使我不得行 亦復不得進

사아불득행 역부부득진

碩鼠復碩鼠 有聲常喞喞

석서부석서 유성상즐즐

佞言巧害人 使人心怵怵

녕언교해인 사인심출출

安得不仁貓 一捕無有孑

안득불인묘 일포무유혈

碩鼠一產兒 乳哺滿我屋

석서일산아 유포만아옥

我非永某氏 付之張湯獄

아비영모씨 부지장탕옥

塡汝深窟穴 使之滅蹤跡

전여심굴혈 사지멸종적 梅月堂詩集卷之五

 

 

 

 

해석

碩鼠復碩鼠 無食我場粟 큰 쥐야 큰 쥐야 우리 마당의 곡식 먹지 말렴.
三歲已慣汝 則莫我肯穀 3년에 이미 너를 알게 됐는데 나를 살게 해주지 않네.
逝將去汝土 適彼娛樂國 가 장차 너의 땅을 떠나서 저 즐거움의 나라로 가리라.
碩鼠復碩鼠 有牙如利刃 큰 쥐야 큰 쥐야. 이빨이 날카로운 칼 같아
旣害我耘耔 又齧我車軔 이미 나의 곡식을 망쳤고 또 나의 수레 바퀴 광목 깨무는 구나.
使我不得行 亦復不得進 나를 다닐 수 없게 하고 또 다시 나갈 수 없게 하네.
碩鼠復碩鼠 有聲常喞喞 큰 쥐야 큰 쥐야 항상 찍찍 소리를 내며
佞言巧害人 使人心怵怵 아첨하는 말로 교묘하게 사람을 해쳐서 사람의 마음을 두렵게 하네[怵怵].
安得不仁貓 一捕無有孑 어디서 인자하지 못한 고양이를 얻어 한 번 잡아 새끼들조차 없게 할까?
碩鼠一產兒 乳哺滿我屋 큰 쥐가 한 번 새끼를 낳으니 젖먹이들이 우리 집에 가득하네.
我非永某氏 付之張湯獄 나는 영모씨영모(永某): 영주(永州)에 사는 이로, 쥐를 좋아하여 고양이를 키웠다고 한다. 가 아니라 장탕의 감옥장탕(張湯): 한나라의 가혹한 형관(刑官).에 넘겨주고
塡汝深窟穴 使之滅蹤跡 너의 깊은 구덩이를 메워 너희들에게 자취를 멸종케 하리라. 梅月堂詩集卷之五

 

 

해설

이 시는 큰 쥐를 소재로 한 시경(詩經)』 「위풍(魏風)」 「석서(碩鼠)의 시를 모방하여 지은 것으로, 큰 쥐의 모습을 통해 백성들을 괴롭히는 탐관오리(貪官汚吏)나 아전들의 횡포를 비유적으로 그려 낸 시이다.

 

시경에 있는 주희(朱熹)의 주()에 의하면, “석서는 과중하게 세금을 거두는 것을 풍자한 시이다. 나라 사람들이, 그 군주가 과중하게 세금을 거두어 백성들을(잠식하여 그 정사를 닦지 않고 탐욕스러우며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것이 큰 쥐와 같음을 풍자한 것이다[碩鼠, 刺重斂也. 國人刺其君重斂, 蠶食於民, 不修其政, 貪而畏人, 若大鼠也.].”라고 하였다.

 

매월당은 백성을 해치는 탐관오리나 아전들을 우의(寓意)한 큰 쥐를 종적도 없이 멸망시켜 버리겠다고 하여, 탐관오리들에 의해 힘겹게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의 형상에 분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진지한 모습 이면에는 장난기 넘치는 시구(詩句)를 짓기도 하였다.

홍만종(洪萬宗)소화시평(小華詩評)권상 64에 의하면, “동봉 김시습이 다음 시를 지었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함은 꼭 옳지는 않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고 옳은 것을 옳다 함은 꼭 그르지는 않네.’ 또 다음 시를 지었다. ‘같은 것이 다르고 다른 것이 같으니 같고 다름이 다르고, 다른 것이 같고 같은 것이 다르니 다름과 같음이 같네.’……두 분(金時習奇遵)은 이러한 어구 쓰기를 좋아했으나, 이것은 장난거리에 매우 가깝다. 백운거사 이규보는 한거를 지었는데, ‘루루(이어져 끊어지지 않은 모습)와 약약(길게 드리워진 모습)에 대해 묻지 마라! 시시도 따지지 않거늘 하물며 비비를 따지랴.’ 비로소 백운거사가 이러한 시체를 만들어 냈음을 알았다.[金東峯詩曰: “是是非非非是是, 非非是是是非非.” 又曰: “同異異同同異異, 異同同異異同同.” 奇服齋詩曰: “人外覓人人豈異, 世間求世世難同.” 又曰: “紅紅白白紅非白, 色色空空色豈空.” 豈兩公喜用此等句語, 頗近戱劇. 李白雲閒居詩曰: “莫問纍纍兼若若, 不曾是是况非非.” 始知此老始刱此體].”라 언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16~117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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